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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엘리건트 유니버스

by leeyj. 2007. 3. 1.

엘리건트 유니버스 -

초끈이론과 숨겨진 차원, 그리고 궁극의 이론을 향한 탐구 여행

 

  

그린은 물리학이나 수학 용어를 전혀 사용하지 않은 채로 방대한 양의 정보를 한 권의 책 속에 담아냈다. 이 책은 첨단 물리학의 백과사전으로도 전혀 손색이 없다이 책을 읽다 보면 그린의 열정과 흥분감에 동화되지 않을 수 없다. – The Philadelphia Inquirer

 

 

 물리학 책이라고 하면 보통은 일반인들은 도저히 접근할 수 없는 금단의 영역으로 생각하기 쉽다. 거기다 현재 물리학에서 최고의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초끈이론 이라면 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이것을 정복하기 위해서는 물리학자들의 언어인 수학에 통달해야 하며 상대성이론, 양자역학 같은 20세기의 물리학적 업적들을 이해해야 하는데 이것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물리학자는 손에 꼽을 정도로 그 수준은 높다. 그린은 최첨단의 초끈이론을 설명하면서 수식을 사용하지 않고 일상의 용어로 설명해준다. 예전에는 상상도 하지 못할 물리학의 대중화를 이룬 그의 노력에 감사할 따름이다.

 

 

상대성이론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이 전 세계에 12명뿐이라는 기사가 보도되던 시절이 있었다. 나는 그 보도가 사실과 다르다고 믿는다. 아인슈타인이 자신의 논문을 세상에 발표하기 전에, 그 내용을 이해하는 사람이 전 세계에 단 한 명뿐이었던 시절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논문이 공개되고 난 후에는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상대성이론을 이해하고 있었다. 모르긴 몰라도 12명은 분명 과소평가된 수치이다. 하지만 양자역학은 사정이 전혀 다르다. 나는 현재 이 세상에 양자역학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20세기의 과학사에서 인류를 놀라게 한 혁명적인 사고방식을 제시한 사람이라면 단연 아인슈타인 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자신의 특수상대성이론, 일반상대성이론을 통해 그동안 절대적으로 알려졌던 시간과 공간의 개념을 변화시켰다. 그리고 4차원 시공간을 통해 고정되고 절대적인 우주에서 변화하고 상대적인 새로운 우주관을 정립시켰다. 물리학에서 이처럼 엄청난 도약이 또 있을까? 상대성이론은 놀랍도록 아름다운 수학으로 이루어졌다. 그는 빛의 속도가 불변이라는 사실을 통해 운동을 통해 시간이 달라지고, 길이 역시 달라진다는 혁명적인 이론을 추론해낸다. 그리고 뉴턴 이래 불가사의한 중력을 공간의 휘어짐과 왜곡을 통해 계산해내는 놀라운 업적을 이루어낸다. 한 사람의 천재로 인해 우주의 모든 신비가 다 밝혀진 것일까? 그러나 놀랍게도 자연은 아인슈타인 의 생각을 뛰어넘는다. 자연은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인간에게 모든 해답을 주지 않는다.

 

같은 시기에 상대성이론 보다 좀더 혁명적인 이론이 전개되고 있었는데 그것은 인간의 눈으로는 도저히 볼 수 없는 극미세 영역을 탐구하는 양자역학이었다. 100년이 지난 지금 양자역학은 역사상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록 정확하다는게 증명되었다. 문제는 그게 왜 정확한가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양자역학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이유는 그것이 실제로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양자역학은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 플랑크스케일 이하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자들의 움직임은 거시세계에서의 움직임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양자역학에서는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이 입자와 파동 2가지의 성질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고 가정한다. 이것은 미시세계에서 전자는 입자이면서 파동이므로 어느 장소에나 존재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하이젠베르크 는 불확정성 원리라는 한층 더 혁명적인 이론을 제시한다. 어떤 물질의 속도와 위치는 한꺼번에 정확하게 측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즉 속도를 정확히 측정하려고 하면 할수록 거기에 비례해서 위치는 불확실해지고, 위치를 정확히 측정하려고 하면 거기에 비례해서 속도는 불확실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전자의 현재위치를 나타내기 위해서는 확률을 사용해서 나타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정확히 여기에 있다가 아니라, 여기에 있을 확률이 70% 이런씩으로 밖에 표현을 못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관측장치의 첨단화를 통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자연은 원래 그렇게 이상한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을 받아들여야만 되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고전물리학의 결정론적 세계관은 종말을 고하게 된다. 또 하나 불확정성 원리를 이용하면 고전세계에서는 도저히 일어나지 못하는 신기한 일들이 벌어지는데, 벽을 통과하거나, 물질이 갑자기 사라지는 일들이 일상사처럼 벌어지게 된다. 이처럼 고전세계와는 판이하게 다른 양자세계는 자연이라는게 생각만큼 그리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려준다.

 

 

전통적인 물리학은 이론과 실험의 변증법적 순환과정을 거치면서 발전해 왔다. 그런데 끈이론은 우아하고 유일하며 아름답게 정의된 진리만을 추구하고 있다. 끈이론은 마술과도 같은 일치성과 기적 같은 상쇄, 그리고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수학으로 점철되어 있다. 과연 이런 것들만으로 끈이론이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까? 수학과 미학이 실험적 증거들보다 더 중요하다는 말인가? 초끈이론은 완전히 맞거나 완전히 틀릴 수밖에 없는 이론이다. 단 한 가지 문제는 끈이론의 수학이 너무나 생소하고 어려워서 언제쯤 판가름 날지 예측할 수가 없다는 점이다.

 

 

과학을 등산에 비유하자면, 선두에서 길을 개척하는 사람들은 실험가들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처럼 게으른 이론가들은 항상 뒤에 처진 채로 뒤를 따르고 있다. 앞서가는 실험가들의 발에 채인 실험용의 돌은 수시로 떨어지면서 뒤따라오르는 사람들의 머리를 위협하고 있다. 그러나 결국은 실험가들이 개척한 길을 따라 과학의 진보가 이루어진다. 우리는 친구들에게 우리의 여정과 우리가 보았던 풍경을 장황하게 설명하곤 한다. 이것은(적어도 이론가의 입장에서 볼 때) 가장 전통적이면서도 쉬운 등반 법이다. 그래서 우리 같은 이론가들은 이런 좋은 시절이 다시 돌아오기를 갈망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이론가들이 외롭게 선두를 이끌어야 하는 상황이다.

 

 

 초끈이론이란 무엇일까? 플랑크스케일 공간에 원자가 있고, 원자의 내부에는 원자핵과 그 주위를 도는 양성자, 중성자, 전자 들이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게 최소의 단위는 아니다. 전자의 내부에는 3쌍으로 움직이는 쿼크가 있는데 그것을 소립자라고 부른다. 초끈이론은 물질의 최소단위가 소립자가 아니라 1차원으로 이루어진 길이를 갖고있는 진동하는 끈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거기서부터 모든 이론을 전개한다. 물론 현재의 과학기술로 끈의 존재를 발견하는 건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이 모든건 이론물리학자의 상상에 불과할 수도 있지만, 몇 십년의 시간이 지나면서 꽤 괜찮은 이론적 토대를 이루면서 현재 T.O.E (Theory of Everything)를 이룰 후보로 각광을 받고있다.

 

초끈이론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지금까지 물리학자들은 거시세계의 상대성이론과 미시세계의 양자역학 2가지의 이론만으로 우주를 설명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2가지 이론의 통합이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는데, 그것은 우주의 시작인 빅뱅과 빛조차 빨아들인다는 블랙홀의 등장때문이다. 그것들은 질량은 무한대로 높으면서 크기는 플랑크스케일보다 작아서 현재의 물리학으로는 도저히 설명이 불가능하다. 그런데 일반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을 섞으면 무한대라는 이해할 수 없는 답이 나오게 되면서 2개의 이론을 통합하기 위한 노력이 시작된다. 그 해결책으로 제시된 것이 초끈이론이다. 방정식을 통해 문제의 해를 구하기 위해서는 평평하고 안정된 공간이 필요하다. 그런데 눈으로 보기에는 평평한 공간도 플랑크스케일 로 축소되면 불확정성 원리에 의해 엄청난 양자요동이 일어나게 되는데, 그걸 다스리지 못하면 문제를 도저히 해결할 수가 없다. 그래서 끈이론에서 하나의 방법을 생각해내는데, 물질의 최소단위인 끈으로도 관측할 수 없는 플랑크스케일 공간은 없는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니까 양자요동은 무시하고 평평한 공간이라고 생각하고 방정식을 전개하자는 것이다.

 

그동안 몇 십년동안 물리학자를 괴롭혀온 문제의 해답치고는 너무 단순하다. 내가 보기에는 끈이론에는 굉장히 중요한 뭔가가 빠져있다. 물리학에서 이론을 만드는 과정은 처음에 가설을 세우고 실험을 통해서 검증하고 그걸 통해서 다시 새로운 가설을 세워야 하는데, 끈이론에는 그런과정이 없이 오직 수학적 추상화를 통한 가설을 만들어서 좀 더 높은 경지로 나가려고 한다는 점에서 불합리하다고 보여진다. 미봉책을 통해서라도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의 불일치를 해결하고, 그 다음에는 더욱더 놀라운 가설을 제시하는데 이 세상은 일반상대성 이론에 의한 3개의 공간과 1개의 시간으로 이루어진 4차원 시공간이 아니라, 사실은 10차원 시공간으로 이루어졌다는 믿기 힘든 이론을 제시한다. 그래서 4개의 차원만 팽창을 해서 지금의 우주의 모습을 이루고 있고 나머지 6개의 차원은 플랑크스케일 속에 숨어있다는 것이다. 그 숨겨진 6개의 차원을 칼라비-야우 공간이라고 하고, 그러한 6차원 도형을 통해서 우주의 진정한 모습을 알아낼수 있다는 것이다.

 

그린이 아무리 쉬운 일상의 용어로 끈이론을 설명한다고 해도 난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플랑크스케일 보다 작은 공간에서 수많은 6차원의 칼라비-야우 공간이 있다는 부분까지의 그린의 설명은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양자기하학을 설명하면서 우리의 우주는 전혀 다른 2가지의 기준으로 길이를 잴 수 있다는 부분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 몇 번이나 자세하게 읽어도 그린이 무슨 애기를 하는지 모르겠다. 그러니까 요약을 하자면 우주의 모습을 원형으로 가정하고, 원형을 감싼 끈을 통해서 우주를 보면 팽창하는 우주와 플랑크스케일로 축소되는 우주는 똑같다는 것이고 그래서 우주가 플랑크스케일보다 작아지는 건 불가능하다는 논리인데 이 말이 이해가 되는가.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이라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우주가 원형이라는 가정이 틀린 거라면 어떻게 되는걸까? 그러니까 끈이론은 아무리 좋게 봐줘도 머리속에서만 존재하는 이론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끈이론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실험으로 증명되지 않은채 고도로 추상화된 수학기법에만 의존하는 방식에 불만을 갖는다. 이건 결코 그린에 대한 비판은 아니다. 그는 놀라울 정도로 끈이론을 쉽게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설명방법의 쉽고 어렵고의 문제 이전에 구체적인 결과를 내놓지 못하는 끈이론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론의 정당성을 설명하기 위한 그린의 노력에는 경의를 표하지만, 현재의 나의 능력으로는 도저히 끈이론을 감당해 낼 수 없다.

 

 

반대쪽 극단에는 현대 과학의 황폐함에 몸서리를 치면서 환원주의를 강하게 배척하는 사람들이 있다. 인간을 비롯한 만물의 존재가 입자와 장(또는 마당, field), 그리고 이들 간의 상호 작용으로 규명이 되면 될수록, 이들은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낀다현대 과학은 논리적으로 아름답기는 하지만, 단순히 이런 이유만으로 환원주의를 옹호할 수는 없다. 환원주의자들의 세계관은 매우 냉담하고 인간적인 면이 전혀 없다. 이 논쟁에서 올바른 결론을 내리려면, 개인적인 선입견이나 선호도를 완전히 배제하고 오로지 진실만을 받아들이는 자세가 먼저 확립되어야 할 것이다.

 

 

 만일 우리의 현재 모습으로 미래의 모습을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면 세상은 정말 재미없을 것이다. 인간은 과학이 모든걸 밝혀줄거라고 기대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자연이 생각보다 훨씬 이상한 방식으로 운영된다는 걸 알게 됐다. 어쩌면 T.O.E 를 만들어낸다는 건 꿈에 불과할 지도 모른다. 100년 후에 초끈이론은 한낱 물리학자들의 공상으로 치부될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린이 자연을 바라보는 시각은 정말 독특하다. 우리의 우주는 왜 지금과 같은 모습이어야 했는가? 끈이론 학자로써 그린은 지금의 우주가 생기게 된 당위성을 설명하려고 한다. 과학자로써 그린은 철학자가 생각할만한 우주의 존재론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흔히 우주의 처음이라고 생각되는 빅뱅 이전의 상태, 우리의 우주가 하나가 아니라 비슷한 규모의 우주들이 상상을 초월하는 방대한 영역에 산재해있다고 하는 다중우주 multiverse, 블랙홀을 통해서 새로운 빅뱅이 시작되고 우주가 만들어진다는 가설들이 묘사되는 부분에서는 과연 인간의 상상력은 어디까지일까 라는 경이로움마저 느끼게 된다. T.O.E 가 언젠가 완성될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만물을 설명할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 인간을 생각해보자. 그린이 애기했듯이 우리의 우주가 지금과 같은 형태를 띠고 있는 이유는 그렇지 않으면 그것을 인지할 만한 생명체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극히 인간중심적인 사고방식이긴 하지만, 인간이 가진 의식에 대한 극찬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자연의 진정한 모습에 대한 인류의 탐구는 계속되어야만 된다.


P.S.  이 책은 2004년 5월 14일에 작성한 글이다.  내가 자연과학에 관심을 갖게 해 준 책은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인 유전자" 라는 책을 읽고나서이다. 브라이언 그린의 "엘리건트 유니버스"는 인터넷 서점에서의 서평들에서의 찬사 때문이었다. 물리학이라는 어렵고 딱딱한 이론을 일상의 언어로 쉽게 표현해내는 그의 천부적인 재능은 책을 읽고 나서 실제로 느낄 수 있었다. 자연 과학 서적은 대개 책 가격이 비싼 편이다. 그럼에도 이 책은 구매할 만한 자격을 갖췄다고 생각한다. 난 지금까지 물리학 이론을 이렇게 알기 쉽게 설명한 책을 읽어본 적이 없다. 후속작인 "우주의 구조" 도 꼭 읽어볼 만한 책이다. 자연과학 전공자나 관심이 있는 사람들 모두 꼭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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