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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변신인형

by leeyj. 2007. 3. 2.

변신인형  by  왕 멍

 

 

이 소설은 중국의 봉건주의에 대한 철저한 비판을 함과 동시에 혁명을 했음에도 변하지 않는 중국의 미래에 대한 불안을 담고 있다. 그건 어쩌면 중국과 같은 문화권을 갖고 있는 우리나라에도 해당되지 않을까. 단지 보기에 좋다는 이유로 어린 여자아이의 발을 더 이상 크지 못하게 묶어버리는 억압적인 분위기. 여자들은 결혼하게 되면 시집에 봉사해야 하고 죽을때까지 집에만 갖혀 살아야 하는 불합리함. 높은 이상보다는 당장 오늘 먹을걸 걱정해야 하는 빈곤. 중국은 몇 천년동안 부강하게 살아왔지만 일본의 침략과 서구사회의 과학문명에 밀려서 후진국으로 밀려나게 된다.

 

이제 나에게 칸트 얘기 해봐요! 내가 먼저 묻겠는데, 칸트가 살았을 때 밥을 안 먹었수? 밥 먹었지, 그럼 돈 돈 돈은?

 

구습을 타파하고 새로운 사상을 전파하기에는 당장 오늘 연명하기에도 힘들었고 뼈가 부서져라 일을 해도 가난은 해결되지 않는다.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현실에 기반을 두어야 한다. 당장 가족들의 생계도 책임지지 못하면서 서구 문명으로의 도약을 시도하다니. 이상은 있지만 현실화 시킬 능력이 없는 니우청과 너무나 힘든 현실에 꿈을 잃어버린 쟝징인은 20세기 중국사회의 모습을 투영하고 있다. 그들은 결코 협력하지 않으며 서로를 원망하면서 자신의 삶을 저주한다. 인생이 이렇다면 얼마나 끔찍할까. 봉건적 사회는 개인의 자아실현이나 꿈을 이루지 못하게 한다. 장징인의 사고방식은 덩샤오핑의 실용주의를 연상시킨다. 구시대적 사고 방식을 갖고 있지만 시대의 변화에 따라 적응하며 실체없는 이상보다는 눈앞의 현실에 충실하다. 자신의 생각조차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니우청보다는 장징인이 더 솔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린 인생을 살면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한다. 그게 옳은지 그른지는 당장은 알수 없지만, 살아가기 위해서 움직여야 한다. 고상한 말만 한다고 해서 미래가 바뀌지는 않는다. 중국사회의 고질적인 가난을 해결하기 위해 마오쩌둥은 대약진 운동을 전개하고 실패하자 문화 대혁명을 일으키게 된다. 중국인의 사고방식을 바꾸기 위한 혁명. 결국 실패로 돌아간 문화 대혁명이 남긴 교훈은 변화는 스스로의 의지로 일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권력장악에 혈안이 된 지배층의 강압적인 시도는 오히려 중국문화의 퇴보를 가져올 뿐이다. 난 이 책이 문화대혁명에 대한 비판의식을 담고 있다고 생각했다. 서구 문명을 동경하고 그들의 질 높은 국민의식을 도입해서 선진국으로 도약하고자 하는 희망. 인간답게 살고자 하는 욕망. 그걸 이루기가 그렇게 힘들었을까. 봉건적인 사고가 가장 나쁜 것은 자유로와야 할 사상을 스스로 억압하게 만든다는 거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 다른 사람에게 이단적인 생각으로 받아들여 짐으로써 겪게 되는 번뇌의 과정들. 니우청의 사고의 불연속과 모순은 거기서 비롯된 것이다. 그건 개인의 불행이기도 하지만 사회적으로 봐서도 큰 손실이다. 개인의 사고의 폭은 사회구조에 제한을 받게 되어 있다. 그걸 뛰어넘는 사람은 불행해 지게 된다. 왜냐하면 자신이 원하는 걸 도저히 이룰수 없으며 그렇다고 현실에 만족할 수도 없기 때문에,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지 못하고 고민만 하는 니우청의 모습은 무책임한 지식인으로 여겨졌지만 아내와 자식들에게까지 냉대를 받는 그의 모습은 연민을 불러 일으킨다.

 

조상 대대의 중국 사람을, 지주를 만난 소작인과 관리를 만난 지주를, 참수당한 죄인과 불알이 잘린 내시를, 영원히 펴지지 않는 허리와 영원히 닫히지 않는 입을, 그는 그 눈빛에서 본 것 같았다. 그를 제일 섬뜩하게 한 것은, 니자오의 눈빛으로부터 징이를 보고, 아편을 피던 소년 시절의 자신을 본 것이었다. 이제까지 그는 모든 희망을 다음 세대에 걸어왔는데, 다음 세대도 벌써 그들 세대와 그 위로 몇 세대의 짐을 계승했다는 말인가? 그는 낙관주의의 희망은 대체 어디에 걸어야 하는가?

 

문화대혁명’ ‘천안문사태를 겪으면서 중국인들은 미래에 대해 더욱더 불안을 느끼게 된다. 아무리 해도 바뀌지 않는 사회구조. 그런데 중국사회가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해서 왕멍이 보여지는 태도는 모호하다. 서구사회의 과학문명과 합리성을 경외심으로 바라보면서 동시에 중국 전통문화에 대해서 자부심을 갖고 있다. 어떤게 그의 진심일까.

 

여기서는 갈수록 많은 사람들이 과학 기술과 공업 생산의 발전이 대단히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왔다고 생각한다. 이 발달은 마이너스가 플러스보다 더 많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사람들은 갈수록 자연을 보호하고 인간관계를 조정하는 데 주력하는 오래된 문화에 마음이 쏠린다. 당신네의 유구한 역사에 대면 100년은 순간일 뿐이다. 틀림없이 당신네는 따라잡을 수 있다. 예를 들면 인도의 불교가 그렇다. 마르크스도 그렇다. 러시아 혁명도 그렇다. 놀라운 것은 흡수하고 적응시켜 자신의 것으로 개조해내는 당신네의 능력이다. 서구도 할리우드, 코카콜라, 마천루, 인스턴트 식품, 로큰록 등 미국의 막강한 영향에 직면했다. 여기에는 모순과 갈등이 가득하다. 우리도 마찬가지로 자신의 문화 전통과 문화적 개성을 지켜야 한다.

 

구체적인 대안은 보이지 않지만 문화 대혁명천안문 사태를 겪은 후에 생겨난 중국인들의 상처받은 영혼을 문학으로 치유하려고 한 그의 노력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역사의식을 가져야만 발전할 수 있다. 과거에 대한 반성없이 희망있는 미래는 없다.  


P.S  이 책은 2005년 1월 22일에 읽었다. 독서모임 발표 책으로 선정이 돼서 읽었는데 별로 재미는 없어서 서평 쓰는게 많이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이 책 가지고 있는데 그 이후로 한번도 읽은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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