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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칠리리딩) 사피엔스 (2016.08.23)

by leeyj. 2016. 8. 23.

 

 

올해 시작한지가 얼마 안된 거 같은데 벌써 한해의 3분의 2가 지나갔다. 정해진 틀 속에서 하루하루 살다 보니 한달이 휙 지나가는 느낌이다. 별다른 일 없이 1년이 지나간다. 그러다 보니 세상이 변하는 것도 잘 느끼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직접 눈으로 보는게 아니라 뉴스를 통해 접하다 보니 몇 일만 지나도 금새 잊어버린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라는 책이 세계적 관심을 끌고 있다고 한다. 우리 나라 출판계의 호들갑 일수도 있지만 인류의 역사를 다룬 이 책에 대해 궁금해 졌다. 도서관에 책이 있어 대출을 받으려고 했는데 몇 달 째 대출 중이라 책을 구매하고 읽기 시작했다.

 

이 책에는 인류가 감추고 싶어하는 비밀을 적나라 하게 파헤친다. 우선, 인류는 침패지와 형제 지간 이며, 다른 동물가 비교해서 전혀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고 한다. 이미 다윈의 진화론을 통해 인류의 위치에 대해서 알고 있으니 놀랄 것도 없다. 또 하나는 지난 1만년간 호모 속에 유일하게 사피에스만 존재한 이유에 대해서 언급한다. 저자는 이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거 같다. 호모 에렉투스, 네안데르탈, 데니소바 등 5~6 종의 인류에 대해서 설명한다. 그리고 그동안 많이 알려진 네안데르탈인에 대해 지금과 다른 학설을 제시한다. 지금까지는 사피엔스가 네안데르탈 인을 학살하여 멸종 시켰다는게 주류 였는데, 네안데르탈 인 일부가 사피엔스와 교배하여 후손을 낳았다고 한다. 이것은 인종 간 차이를 유전적으로 뒷받침 하는 중대한 사항이다. 2010년에 DNA 분석을 통해 확인했다고 하니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앞으로 연구가 더 필요할 듯 하다. 

 

가장 궁금했던 부분, 인류가 어떻게 해서 현재와 같은 지능을 갖게 되었는지, 언어를 통해 다른 사람과 의사 소통을 하고, 눈에 보이지 않은 추상적인 존재를 상상하게 되었는지. 저자는 여기에 대해서 모르겠다고 하지만 몇 가지 가설을 제시한다. 첫째, 40만년 전부터 시작된 화식 (불에 익혀서 음식을 먹음)에 의해 위에 식도에서 위까지의 거리가 줄고, 음식을 씹어 먹는 에너지가 줄면서 뇌의 크기가 커졌다는 것. 둘째, 아담과 이브가 살았던 에덴동산에 있던 "지식의 나무" 바이러스에 의해 그 전에는 없던 언어 능력이 생겨난게 아닐까 하는 가설을 제시한다. 그런데, 이 부분을 읽다 보니 지식의 나무 바이러스가 다른 인류에게는 나타나지 않고 사피엔스 에게만 나타났는지가 설명이 안된다. 

 

진화의 과정에서 생긴 결과라면, 호모 속에 속하는 에렉투스, 네안데르탈, 데니소바 등 사피엔스 보다 오래된 인류가 오히려 가능성이 높은게 아닐까. 왜 네안데르탈 인에게는 언어 능력이 없었을까, 아니면 언어 능력이 있었는데 우리가 그걸 모르고 있는 건 아닐까.

 

이 책의 기존의 인류학 시각과 가장 다른 부분은 농업혁명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기존의 학자들이 농업혁명으로 인류가 지금과 같이 번영을 누리게 되었다고 하는 결정적인 사건으로 평가한다면, 저자는 농업혁명을 인류 역사상 최대의 사기하고 표현한다. 수렵 채집을 하면서 기근이나 전염병 없이 미래에 대한 걱정없이 평온한 삶을 살아오던 인류가 밀을 제배하기 시작하면서 한 곳에 정착하고, 인구가 늘어나면서 삶이 힘들어졌고 가축으로 인한 전염병 등 재난을 겪게 되었다고 주장한다. 전체 종으로써 인류가 인구가 늘어났으니 DNA 복사본 증가라는 측면에서 보면 진화의 성공이자면, 개별 인간의 입장에서 보면 아침부터 밤까지 고된 노동을 해야 하고, 재산이 늘어나면서 쉽게 이동도 못하게 된다. 저자의 표현으로 덫에 걸린 것이다.

 

저자가 농업혁명을 인류 최대의 사기라고 부른 이유는 농업 생산을 통해 늘어난 잉여물이 소수의 특권층에게 집중 된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것으로 보인다. 부의 불균형은 농업혁명 으로 가속화한 것으로 보인다. 농업혁명으로 인간만 고통을 받은게 아니라 소, 닭, 돼지 같은 식용으로 쓰인 동물의 비참함에 대해서 설명하는데, 4만 5천년 전 호주 대륙의 대형 포유류들을 학살하여 멸종시킨 사피엔스는 시간이 지나도 변함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피엔스가 없었다면 지구의 많은 종류의 동물들이 평화롭게 공존하면서 살아가지 않았을까. 영화 매트릭스에 보면 스미스 요원이 네오 에게 너희들은 지구의 기생충이야 라고 하는데 그게 맞는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진화의 역사에서 우연히 발생한 지능으로 지구에 존재하는 다른 동물들에게 유익한 행동은 단 하나도 한게 없고,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 다른 동물들, 같은 속에 속하는 다른 인류들을 학살하는 행동. 그런 잔인함이 현대인에게도 남아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인류가 저지른 과거 범죄에 대해서 여러 페이지에 걸쳐 상세히 기술하지만 인류의 미래에 대해서는 낙관하는 듯 하다. 과거 수렵채집 시절 사피엔스가 동료를 살해하는 비율 보다 현대로 오면서 줄어어들고 있다는 것으로 유전자에 새겨진 폭력성이 사피엔스가 상상으로 만든 문화의 영향으로 극적으로 감소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것을 입증하기 위해 통계적 수치를 인용하며, 최근 진화심리학자들 중 유명한 스티브 핑커 역시 최근 저서를 통해 이러한 관점을 옹호한다. 

 

후반부에 과학혁명을 통한 인류의 미래에 대해서 언급하는데, 기술이 가져올 파국보다 혜택에 더 촛점이 맞춰진 듯 하다. 구글의 갤리코 프로젝트를 언급하며 우리 세대 안에 죽음이라는 문제 역시 기술적으로 해결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 그 결과 과거에는 없었던 새로운 문제, 누구나 죽는다는 평범한 진리 역시 소수의 특권층 에게는 해당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영원한 삶이 실현 불가능한 꿈이 아니라는 것으로 태어날 때부터 유전적으로 운명이 결정되는 사태가 전개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인류 역사상 최대의 사기는 농업혁명이 아니라 개인에 대한 신용을 바탕으로 돈을 빌려주고, 이자가 결정되는 금융 시스템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늘날 은행은 사람들 에게서 예금의 형식으로 돈을 받고, 그 돈을 금융시스템에 의해 결정된 신용 평가를 통해 기업, 개인에게 빌려주고 상환 시 자신들이 정한 이자를 불로 소득으로 추가로 받고 있다. 생각해 보면 은행이 거둬들이는 수익은 은행 자체에서 만들어낸 것이 아니다. 본인의 돈이 아닌데, 그걸로 이익을 창출해 낸다. 그것의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신용평가라는 제도라는 것인데, 눈에 보이지 않은 신용이라는 것으로 세계 경제를 움직인다는 것이 눈에 보이지 않는 신을 믿는 것보다 더 이상하다. 

 

100년을 못사는 인간이 10만년이 넘는 인류 역사를 써 내려간다는 자체가 대단하다. 인류의 초기 역사는 기록으로 남은게 없고, 화석으로만 추정해야 하니 누구도 정확하게 알수 없다. 이때 필요한 것이 문화를 통해 얻은 상상력이 아닐까 한다. 조그만한 단서로 당시 인간의 모습을 상상하고 스토리를 만든다. 이러한 상상력이 없다면 인류는 지금과는 다른 모습이지 않을까. 기나긴 인류의 역사에서 현재는 어떤 상태일까. 지금 우리들은 스스로를 평가하기가 어렵다. 한가지 바램이 있다면, 지난 역사에서 인류가 다른 동물에게 했던 범죄행위가 근절되었으면 한다. 평생을 자기 몸보다 조금 큰 우리속에서 살아가면서 인간의 식용을 위해 희생되는 송아지, 닭, 돼지의 모습은 감정적으로 보기 힘들다.

 

개인적으로 유전자 조작을 통한 인간강화 문제는 흥미롭기는 하지만 인간의 식용을 위해 죽어가는 동물들의 문제를 해결하는게 더 급하고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