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토피아 by 토마스 모어
그건 조금도 이상할 게 없습니다. 이 도둑에 대한 형벌은 정의의 한계를 넘어섰으며, 또 국가에 대해서도 매우 해로운 것입니다. 그럴 것이, 도둑에 대해선 너무 극단적이며, 너무 잔학한 형벌인데, 그러면서도 역시 도둑질 못하게 사람들을 제재할 힘도 없으니 말입니다. 단순한 절도 행위는 사형으로 처벌하여야 할 만큼 그렇게 큰 범죄는 아니거든요. 제아무리 무서운 형벌로도, 도둑질이라는 길 밖에는 먹고 살아 갈 딴 방도가 없는 사람들을 도둑질 못하게 막아낼 순 없습니다. 그러니까 이 점에서는, 당신만이 아니라, 이 세상 사람 대부분이, 학생을 가르치려고는 하지 않고, 자칫하면 때리려고만 드는 못된 교사와 비슷합니다. 우선 훔쳐 놓고 보자 죽는 것은 그 다음 일이다 라고 생각할 수밖엔 딴 도리가 없는 그런 막다른 곤궁 상태에 빠지는 사람이 하나도 없도록, 그들이 생계를 이어 나갈 여러 가지 방편을 위하여 오히려 여러 시설을 갖추어야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도둑에 대해서 무겁고 무서운 형벌을 규정하고 있으니 말씀입니다.
모어는 문명화된 사회에서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 개인의 타고난 본성이 아닌 불합리한 사회구조 속에 있다고 믿는 것 같다. 그러한 불합리함은 소수의 사회 지배층의 탐욕으로 비롯되고, 그들 때문에 다수의 선량한 시민들이 고통받는 것이다. 범죄행위는 그런 구조속에서 생겨난 것이고 없애야 할 것이 아닌 치료해야 할 것으로 간주된다. 이러한 사고방식의 근간에는 인간은 선한 본성을 갖고 태어난다는 강한 믿음이 뒤밧침되어 있다. 불합리한 사회구조로 비뚤어진 인간들이 나타나지만 똑똑하고 강한 지도자가 사회구조를 합리적으로 바꾼다면 선한 인간으로 만들수 있다는 논리이다. 이런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사회구성원들이 자신만의 이기적인 욕심을 버리고 전체를 위해 희생해야 하는데 이런 것이 과연 가능할까. 인간의 욕심은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발전을 위한 중요한 에너지가 되기도 한다. 현재의 처지에 만족하지 않고 더 나은 삶을 살고자 하는 의지, 경쟁을 통한 발전. 이런 것들을 포기하고 국가가 정한 계획에 아무런 의심도 없이 살아가는 것에서 행복을 느낄수 있을까. 유토피아의 사상은 사회주의를 연상케 한다. 인민에 의한 사회, 사유재산 없는 평등한 사회. 인간의 감정을 억제하는 사회에서 발전을 기대할 수 있을까. 능력없고 게으른 사람을 구제하기 위해 성실한 사람들의 결과물을 나눠줘야 할까. 모어가 생각하는 유토피아에서는 개성이 존재할 수 없다. 모두가 똑 같은 사고방식과 행동방식을 가져야 한다. 똑 같은 옷을 입어야 한다는 구절에서 “1984년” 에서의 ‘빅브라더’가 생각났다. 하나의 생각, 하나의 행동. 개인은 전체의 일부로써만 의미가 있다. 책 전체에서 어리석은 사람들을 가르치고 이끌고 싶어하는 선민의식을 느꼈다.
어떤 이익을 얻을 수 있으리라는 아무런 희망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엄격하고 힘드는 미덕을 추구하면서 인생의 쾌락을 멀리할 뿐만 아니라 슬픔까지도 달게 받는다는 것은 완전히 미친 짓이라고 그들은 단정하기 때문이지요. 자기 전생애를 불쾌하게, 다시 말하자면, 비참하게 보내고 나서, 죽은 다음에 아무런 보수도 받을 수 없다면, 무슨 이익이 있겠어요 ?
모어는 종교인이지만 쾌락을 죄악으로 여기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하지 않는다면 그건 불행하다고 이야기한다. 실제로 있는지조차 확실하지 않은 내세 때문에 현재의 즐거움을 포기하는 것만큼 어리석은건 없다고 이야기한다. 난 개인적으로 모어의 생각에 동의한다. 한가지 궁금한 건 모어가 개인은 쾌락을 추구하는게 당연하다고 말하는데, 유토피아라는 사회는 개인의 쾌락을 극대화 할수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거다. 그러니까 개인의 욕구와 사회전체의 유지 중 어느것이 우선시 되어야 하는걸까.
책 내용이 너무 딱딱해서 내용이 잘 들어오지 않았다. 도시, 공무원, 직업, 결혼, 전쟁, 종교에 대해서 서술식으로 일관해서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독자들에게 판단을 내리게 하는게 아니라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라서 지루하기도 했다. 모어가 말하듯 유토피아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상상속의 섬이지만. 나에게는 소설속의 주인공들이 일생을 걸고 애타게 찾을만큼 매력적인 낙원은 아니었다.
P.S. 2005.8.24 에 작성한 글이다. 유명한 책이라고 해서 읽었는데, 생각보다 재미없었다. 소설이 아니라 교과서 같았다. 독서모임 후반기에 새로운 회원들하고 토론을 했었는데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다양한 시각들을 접할 수 있어서 좋았다. 신촌 민토에서 했던 기억이 난다. 민토는 세미나 실이 있는데 사람수대로 돈을 받는다. 조용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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