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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글쓰기를 창작의 고통이라는 말로 표현한다. 나는 전문적으로 글을 쓰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 말에 공감한다. 그리고 폴 오스터 는 작가가 글을 쓴다는게 얼마나 고통스럽고 많은 희생을 가져오는지에 대해서 그리고 작가의 정신이 투영된 작품을 통해 드러나는 인간의 존재론 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유리의 도시, 유령들, 잠겨 있는 방 3개의 단편은 기본적으로 추리소설, 그보다는 탐정소설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폴 오스터 는 3개의 단편집에서 세상과 떨어져서 공허하고 쓸쓸하게 살고 있는 인간이 과연 어떤식으로 살아가야 하는 이유를 찾는지에 대한 존재론 과 작가가 글을 쓴다는 게 진정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서 애기하고 있다.
두번째 단편집 유령들 은 이상한 사건을 맡은 탐정 블루 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가 맡은일은 어떤 사람을 감시하고 매주 보고서를 쓰면 되는데, 감시대상인 블랙 은 소설가이고 그저 자신의 방에서 끊임없이 글을 쓰고 있다. 가끔 밖에 나오기도 하지만 만나는 사람은 없고 돌아다니기만 한다. 블랙은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는 유령 과 같다. 거의 1년간 이런 생활이 되풀이되자 지겨워진 블루 는 변장을 하고 블랙 을 만나서 여러가지 애기들을 하지만 형이상학적이고 자신만의 세계에 갇힌 블랙 의 애기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그 후로 어느정도 시간이 흐른 후 블루 는 비로써 사건의 진상을 알게되지만 이미 그 자신도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유령 이 되 버린다. 감시하는 자와 감시당하는 자 모두 유령이 되버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누군가에 의해서 감시를 받아야만 자신의 존재의미를 확인할 수 있다는 지독한 역설, 이미 우리는 그런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개인주의를 통한 주체성과 독립성을 강조하지만, 그 이면에는 자신조차 이해할 수 없는 공허함과 고독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여기서의 유령들 은 세상과의 연결이 단절되 버려서 누군가가 말을 걸어주기를 절망적으로 기대하고 있는 현대인의 슬픈 자화상 이다.
세번째 단편집 잠겨있는 방 은 팬쇼 라는 어린시절 친구가 실종되고 그가 남긴 소설들을 출판하면서 생긴 주인공의 심적갈등을 다룬 이야기이다. 아름다운 아내, 귀여운 아들 을 가지고 있는 부족할 것 없는 그가 갑자기 사라진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끊임없이 글쓰기에 집착하지만, 그럼에도 결코 출판은 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사라지고, 친구인 주인공에게 자신의 소설에 대한 출판에 대한 권리를 넘기게 된다. 주인공은 소설을 출판하기로 결정하게 되고 순식간에 베스트셀러가 된다. 그러자 출판사는 주인공에게 그에 대한 자서전을 쓸것을 권유하게 되고, 그것을 쓰기 위한 자료를 수집하면서 그가 어디에 있는지 추적하게 되지만 그 과정에서 주인공은 마음속으로 심적갈등을 겪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가 갑자기 사라진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세상과 연결되어 있는 자신에 대한 이미지들에 대한 단절의 의미로 사라진 것이다. 세상을 살면서 때로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들이 지겨워질때가 있다. 그래서 세상과 완전히 떨어져서 완전히 새로운 나로 태어나고 싶다는 욕망을 실현하고 싶을때가 있는 것이다. 잠겨있는 방 은 작가가 글을 쓰는 이유가 바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수단이라는 것을 암시한다. 작가는 글을 통해 완성된 작품속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투영하면서 동시에 현실에서는 정체성을 상실한다. 그러니까 작가는 오직 글을 통해서만 자신을 드러낼 수 있다. 친구에게 맡긴 자신의 소설이 출판되었다는 소식을 듣는 순간 팬쇼 는 이제 더 이상 살아가야 할 의미를 찾지 못한다. 왜냐하면 그가 쓴 소설이 바로 그 자신이기 때문이다.
P.S. 2004.3.21 에 작성한 글이다. 폴 오스터의 작품은 이게 처음인데, 구성이나 상상력이 정말 좋은 작가다. 이 책에는 창작의 고통에 대한 내용이 나오는데 전적으로 동의한다. 이 세상에 없는 어떤 것을 만들어내는 일이 쉬울 리가 없다. 전세게 모든 작가들의 공통된 고민거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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