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자생물학 - 당신의 운명은 당신의 유전자 안에 있다
1953년 2월 28일 제임스 왓슨과 프랜시스 크릭에 의해 DNA의 구조가 발견되기 전에는 일반사람들 뿐 아니라, 일부 과학자들까지 생명에는 신성한 요소가 있다는 생기론을 믿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유명한 물리학자인 슈뢰딩거는 트리니티 대학에서 생명이란 무엇인가 라는 주제로 강연을 시작했다. 한 개인의 발달 상황이나 성숙한 상태에서의 기능등은 어떤 형태의 암호화된 대본 속에 있다. …. 염색체 속에. 또 유전자는 너무나 작아 거대 화학 분자 이상은 아닐 것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이러한 그의 통찰력은 크릭, 왓슨, 윌킨스, 프랭클린 등 당시의 과학자들에게 그것이 해결 가능한 문제로서 다룰 수 있다는 희망을 주었다. DNA의 발견은 생명이 본래 마술적이고 신비적인 것이 아닌, 평범한 물리적 및 화학적 과정의 산물이라는 것을 입증했다. 우리는 결코 특별한 존재가 아니었던 것이다.
유전자란 무엇인가?
사람의 몸은 약 100조개의 세포로 이루어져 있으며 대부분의 세포의 지름은 0.1mm 이하이다. 각각의 세포에는 검은색 덩어리인 핵이라는 구조가 있다. 이 핵 안에 완전한 게놈이 두 벌씩 존재한다(예외적으로 난자와 정자 세포에는 두 벌이 아닌 한 벌만 존재하며, 적혈구에는 핵이 없다). 한 벌의 게놈은 어머니로부터, 다른 한 벌은 아버지로부터 유래하였다. 이론적으로는 23개 한 벌의 염색체 위에 존재하는 3만5,000 개의 유전자가 동일하지만, 실제로 어머니와 아버지에서 오는 염색체에는 미세한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파란색 또는 갈색의 눈을 가지는 정도의 차이다. 우리는 어머니와 아버지에서 유래하는 염색체를 서로 섞어 작은 조각을 교환한 후에 다시 조합된 한 벌의 염색체를 자손에게 전달한다. 이러한 과정을 재조합recombination 이라 한다.
책은 염색체 라고 하는 23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각 장에는 유전자 라고 하는 수천 개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모든 이야기는 엑손exon 이라 하는 여러 단락이 연결되어 만들어졌는데,
단락 사이에는 인트론intron 이라 하는 광고가 끼어 있다.
각 단락은 코돈codon 이라고 부르는 단어들로 기록되어 있다.
이 언어들은 염기base 라는 문자로 씌어 있다.
영어는 26개의 알파벳을 다양하게 조합하여 여러 종류의 단어를 만든다. 유전자는 A, T, G, T의 4개의 문자 중 세 개로 이루어진 단어를 사용하여 만들어진다. A는 아데닌adenine, C는 시토신cytosine, G는 구아닌guanine, T는 티민thymine을 의미한다. 그리고 단어들은 평평한 종이에 쓰이는 것이 아니라, 당과 인산으로 이루어진 긴 고리에 염기가 가로대처럼 놓여 있는 형태의 이른반 DNA 분자 위에 쓰인다. 우리의 염색체는 쌍으로 배열된 (매우) 긴 DNA 분자이다.
천성과 양육 어떤 것이 과연 인간에게 더 많은 영향을 끼치는가, 이것을 이해함으로써 진정한 인간의 본성을 알 수 있지 않을까? 인류는 아주 먼 옜날부터 이름 없는 농부들이 인류의 복지를 위해 곡류, 과일, 육류 같은 유제품에 유전학을 적용해 왔는데, 19세기 말에 부모에서 자손으로 전달되는 유전형질에 대한 집중적인 연구가 이루어지게 된다. 평범한 수도사인 멘델은 완두콩 재배실험을 통해 수정란에 부로 양쪽에게서 온 유전정보가 담겨 있다는 것과 그 정보에 따라서 자손이 유전병에 걸릴지 여부가 결정된다는 유전법칙을 발견해낸다. 하지만 과학계에서 그의 논문을 철저히 무시함으로써 유전자 혁명은 34년 후로 미루어지게 된다. 서턴-보베리의 유전이론과 모건의 초파리 실험으로 멘델의 연구는 빛을 보게 되고, 인류의 오래 된 적인 유전병을 일으키는 결함들과의 싸움이 시작되게 된다.
괴물의 모습으로 나타난 우생학
과학이 발견하는 진실은 때로는 마음을 불편하게 하기도 하지만, 인간사회의 진보를 가져다 주고 그것을 통해서 그 전에는 상상하기 힘들었던 편리함을 맛 보게 한다. 하지만 소수의 사람은 자신의 편견에 싸인 생각을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합리화하고 더 나아가 자신의 기준에 맞지 않는 사람들을 억압하고 죽여버리는 괴물로 변하고 만다. 그것이 인간사회에 끼친 해악이란 말로 설명할 수가 없다. 다윈이 진화를 설명하기 위해 자연선택이라는 개념을 가져왔을때부터 비극의 씨앗은 숨어있었다. 진화는 생물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환경에 더 적응하는 개체가 오래 살아남는다는 지극히 단순한 개념이었고, 그것을 설명하기 위해 개체간에 경쟁이라는 자연선택은 역사의 과정이 진보라는 확실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던 빅토리아 시대의 사람들에게는 자신들의 우월함을 증명할 확실한 증거라고 생각했던 게 틀림없다. 그들에게 있어서 교양있고 훌룡한 사람들은 극히 소수이고, 대부분이 사람들이 무례하고 형편없다는 사실은 그야말로 충격적이었을 것이다. 그들에겐 그것이 인류라는 종이 퇴화해간다는 결정적인 증거로 보였던 것이다. 빅토리아 시대 사람들에게는 도덕과 부도덕이 다윈의 유전적 변이체 중 한 쌍에 다름 아니었다. “부도덕” 유전자가 점점 더 흔해지면서, 인류는 서서히 타락할 것이다.
골턴에게 사회적 및 유전적 십자군 전쟁을 시작하도록 영감을 주어 불행한 결과에 이르게 만든 것은 『종의 기원』이었고, 그 흐름에 우생학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골턴은 모든 현상을 숫자로 환원할 수 있다는 믿음의 소유자였고, 우수한 집안과 열등한 집안간의 사람들사이의 심성을 정량화함으써, 인간의 정신에 대한 부분이 유전된다는 자신의 생각을 굳히기에 이르고, 우수한 사람의 유전자를 교배함으로써 인류를 개선시킬수 있다는 우생학의 개념을 확립한다. 사실 골턴의 연구는 오늘날의 관점에서 보자면 어이 없을 정도로 개념이 빈약하긴 하지만, 유전자의 본질에 대한 그의 생각은 그리 틀린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의 생각은 미국으로 넘어가면서 정치적으로 변질되기 시작한다. 찰스 데이번포트는 콜드 스프링 하버 연구소에 우생학 기록국을 설립하면서, 미국에 유입되는 이민자들을 제한하기 위해 원래 그들은 태어날때부터 유전적으로 열등하므로 우수한 미국사람들과 격리시켜야 된다는 논리를 전개한다.
“타락한 자손이 범죄로 처형될 때까지 또는 아둔함으로 죽을 때까지 기다리는 대신, 부적합한 것이 분명한 사람들이 같은 부류의 자손을 계속 낳지 못하도록 사회가 막는다면, 세상은 더 나아질 것이다… 저능한 자들에게 3대만 그렇게 하면 충분하다”. – 올리버 웬델 홈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서 아예 더러운 유전자를 가진 임산부는 출산을 하지 못하게 국가적으로 통제하기에 이른다. 자유주의 국가라는 미국에서 개인의 사생활을 국가에서 통제하는 믿지 못할 일이 일어난 것이다.
“국가가 어떤 식으로든 눈에 띄게 아파 보이거나 유전병을 가지고 있어서 그것을 대물림할 수 있는 자들은 모두 번식하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선언해야 하며, 이 선언을 실제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못하고 가치가 없는 자들은 자신들의 고통을 아이들의 몸을 통해서 영속시켜서는 안된다”. 히틀러 『나의 투쟁』
미국에서 데이번포트, 매디슨 그랜트, 해리 래플린 같은 소극적 우생학은 독일로 건너가면서 나치의 정책적 이념이 되고, 3년 사이에 22만5,000명의 불임수술과 유대인 대학살이라는 씻지못할 과오를 저지르게 되면서 절정에 다다르게 된다. 그 후로 우생학은 더러운 단어라는 인식과 그 후로 이어지게 되는 분자생물학상의 과학의 진보에 커다란 걸림돌이 되고 만다.
생명의 중심원리 (Central Dogma)
우리는 그동안 생명체에는 물리화학적 과정으로 설명할 수 없다는 생기론이라는 미신을 믿고 있었다. 입자 몇 개와 힘 몇 가지로 환원되는 단순한 세계와는 달리 생물의 모습은 극도로 복잡했고, 그래서 물리법칙과 화학법칙으로는 생명의 탄생과정을 설명하는게 불가능하다고 여겨왔다. 그런데 1944년에 나온 슈뢰딩거의 생명이란 무엇인가 라는 한권의 책이 모든걸 바꿔 놓는다. 이 책에서 영감을 받은 왓슨, 크릭을 통해서 생명의 비밀에 접근하게 된다.
20세기 초에는 유전정보가 DNA가 아닌 단백질에 있다고 믿었는데 그 이유는 유전정보를 담기에는 DNA는 너무 크기가 작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데 오즈월드 에이버리 연구실에서 페렴균의 외피 조성을 바꾸는데 DNA가 관여한다는게 알려지면서 유전학은 일대 전환을 맞이하게 되고, X선 회절 분석법을 통해 DNA 구조가 매우 규칙적이고 결정구조가 있음을 발견하고, 그 구조를 밝혀내면 유전자의 본질이 드러날 것이라는 결론을 얻게 된 왓슨과 크릭은 3차원 DNA 나선 모형의 제작에 열중하게 된다. 여러 시행착오끝에 1953년에 DNA 이중나선이라는 20세기 과학사에서도 가장 손꼽히는 발견을 하게 되는 영광을 누리게 된다.
아치볼드 개로드는 알캅톤뇨증 “검은 기저귀 증후군” 을 통해서 신경대사에 오류가 생긴 결과라는 추측을 통해, 그 당시 새로 발견된 멘델의 법칙을 이용해서 그 현상을 이해하게 되는데, 개로드는 유전자와 생리적 영향 사이의 인과관계를 처음으로 규명했다. 그 후로 비들과 테이텀의 붉은빵곰팡이 연구는 생화학 합성 경로가 그 경로를 이루는 각각의 화학반응을 촉진하는 단백질 효소의 통제를 받는다는 것을 입증했다. 그것은 유전자 돌연변이, 즉 유전자의 DNA 부호인 A, T, G, C 서열로 나타나는 차이가 단백질의 아미노산 서열 차이로 직접 이어질 수 있다는 명확한 증거였다. 따라서 DNA는 단백질을 통해서 세포와 발달과 생명 전체를 통제하는 마법을 부리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통해서 DNA와 단백질과의 인과관계를 알게되자, 무엇이 그 둘 사이를 연결해주는지에 대한 연구가 이어졌고, 그것이 리보솜에 있는 효소인 RNA라고 밝혀지면서 DNA→RNA→단백질로 이어지는 생명의 정보 전달 체계가 세상에 드러나게 된다. 그런데 왜 DNA는 굳이 RNA를 거쳐서 단백질로 정보가 전달되어야 할까? 그것을 규명하면서 최초의 유전물질이 RNA였고, 진화가 이뤄지면서 좀 더 안정적인 DNA 로 변하게 됐다는 가설이 제기됐다. 이런 발견들은 생명의 기원에 대한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역할을 했다.
판도라의 상자 열리다
“허스트 출판사에서 나온 오늘자 『보스턴 헤럴드 아메리칸』에 내가 크게 우려하는 기사 두 편이 실려 있습니다. 매사추세츠 도버에서 ‘오렌지색 눈을 가진 기묘한 생물”이 목격되었고, 뉴햄프셔 홀리스에서는 한 남자가 두 아들과 함께 “키가 2.7미터인 털복숭이 생물”과 마주쳤다고 합니다. 저는 명성 있는 귀 기관이 이 사건들을 조사해주시기를 정중하게 요청하는 바입니다. 아울러 저는 이 “기이한 생물들”(정말로 존재한다면)이 뉴잉글랜드 지역에서 이루어지는 재조합DNA 실험들과 어떤 식으로든 연관이 된 것이 아닌지 여부를 귀하가 조사해주시기를 바랍니다”.
“알파벳 D로 시작하는 거의 모든 것들과 비교했을 때 DNA는 사실 매우 안전하다. 루브 골드버그 식으로 우리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DNA가 인류를 멸종으로 이끄는 과정을 그리는 데에 신경쓰느니 단검(dagger), 다이너마이트(dynamite), 개(dog), 디엘드린(dieldrin), 다이옥신(dioxin), 음주 운전자(drunken driver)를 걱정하는 편이 훨씬 낫다.”
DNA재조합이 가능해지면서 인류는 자연의 방관자의 위치에서 벗어나 직접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한다. 실험실에서 DNA 중합효소를 이용해서 천연의 바이러스와 똑 같은 인공 바이러스를 만들어낸다. 이것은 즉각적으로 사람들에게 공포심을 주기에 충분했다. 실험실에서 인공적으로 제조된 바이러스가 어떤 나쁜 사람들에 의해 세상으로 유출된다면 대형 참사가 일어날게 뻔했기 때문이다. 그러자 국립 아카데미에서 전 세계의 과학자들에게 그런 재조합 DNA 분자의 잠재적인 위험드이 더 재대로 평가될 때까지 또는 그런 분자들의 전파를 차단할 적절한 방법이 개발될 때까지 모든 재조합 연구를 자발적으로 유예할 것을 요청하는 모라토리엄 서한을 발표하게 된다.
드디어 1975년에 애실로마 회의가 열리게 되고, 재조합 DNA에 대한 위험성에 대한 논쟁이 벌어지게 된다. 과학자들은 아직 확실히 밝여지지도 않는 위험성 때문에 연구가 중단되어서는 안된다. 바깥에는 몹시 아픈 사람들, 암이나 유전병에 걸려 신음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들의 유일한 희망을 주지 않겠다고 거부할 권리는 없다는 것이다. 또 한편에서는 대중의 유전자에 대한 두려움을 이유로 들어 포유동물의 DNA은 검사하지 말자, 실험실에서 철저한 안전장치를 갖춘후에 하자라고 제안한다. 현실적으로 볼 때, 애실로마 합의가 빚어낸 것은 슬프게도 중요한 연구를 5년 이상 지체시켰으며, 그 헛된 5년 동안 수많은 젊은 과학자들의 경력을 단절시켰다는 것밖에 아무것도 없다.
DNA에 관한 논쟁들
유전자의 상업성
유전체 계획이 점점 더 가속도가 붙으면서 특허를 받을 수 있다는 상업적 가능성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TIGR 소장인 크레이크 벤터는 1996년 AIDS를 일으키는 바이러스인 HIV를 형성하는 유전자를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유전자를 발견한 Cdna라는 서열분석법을 특허를 받으려고 시도하게 된다. 그것은 단순히 자신들이 처음 그 유전자를 발견했다는 이유로 엄청난 이익을 가지겠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 지식을 응용하려는 모든 시도에 특허료를 내라고 강요한다면, CCR5 특허는 돈 한 푼이 아쉬운 의학 연구 분야에 가혹한 세금이 될 것이다.
“특허권이 나온 뒤에 누군가 이 유전자를 사용해서 약을 개발하거나 그것을 상업적 용도에 사용한다면, 특허권을 침해하는 것이 된다.” 그리고 화난 표정으로 말한다. “우리는 단지 손해 배상이 아니라, 그 손해의 두세 배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
이런 식으로 매점매석하듯이 신청한 불확실한 유전자에 특허를 내준다면 장기적으로 치료법들이 개발되지도 못하게 되면서, 의학 연구와 발전은 끔찍할 만큼 지체될 것이다. 문제는그런 투기꾼들이 아직 개발되지도 않은 의약품이나 치료법의 대상이 되는 단백질들, 즉 약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있는 단백질에 사실상 특허권을 가지게 된다는 점이다. 생명공학 회사가 생물학적 기능 정보를 거의 모른 채 특허를 신청해서 약의 표적이 될 유전자에 특허를 받는다면, 그것은 독약과 같다. 유전자를 발견함으로써 특허권을 가진 자가 상당한 특허료를 요구한다면, 약 개발에 들어가는 비용이 크게 상승한다.
새로운 발명 뿐 아니라 그 발명의 토대가 된 일반 개념까지 특허를 받겠다고 공격적으로 달려드는 법률가들(그리고 과학자들)은 신기술의 생산적인 활용에 더욱더 큰 해악을 미쳐왔다. 필립 레더가 만든 유전자 변형 생쥐가 바로 그런 예이다.
생쥐에게 암을 일으키는 요인들이 인간에게 작용하는 것과 비슷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 “종양 생쥐(onco-mouse)”는 인간의 암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하버드 대학의 법률가들은 레더 연구진이 만든 그 생쥐에 특허를 신청하는 대신, 암을 일으키기 쉬운 모든 형질전환 생쥐에 특허를 받을 방법을 궁리했다. “하버드 생쥐”는 암 연구에 심각한 역효과를 낳았다.
유전자 변형 식물
사람들은 일단 유전자변형 이라는 말을 들으면 두려움과 혐오감을 갖는다. 그것이 실제로 어떤 효과를 가져오는지, 인간의 생활에 편리함을 가져오는지에 대해서는 알고 싶어하지도 않는다. 그리고 언론은 선정적인 문구로 본질을 왜곡하고 확대 재생산하기에 바쁘다.
“내가 쟁점으로 만들겠어! 그럴 만한 것을 찾아내겠어! 그것은 생명공학이 문 밖에서 이룬 첫 산물이고, 나는 그것과 싸울 거야!” 그는 장담한 대로 그것과 싸운다. “그것은 자연적이지 않다”(하지만 “자연적인” 우유와 구별할 수 없다). “그 안에는 암을 일으키는 단백질이 들어 있다”(그렇지 않다. 그리고 어쨌거나 단백질은 소화될 때 분해되기 마련이다). “그것은 가난한 농민들을 파산시킬 것이다”(그러나 다른 많은 신기술들과 달리 BGH는 선행 투자를 해야 할 자본 비용이 전혀 들지 않는다. 따라서 가난한 농민이라고 해서 차별받을 일은 없다). “그것은 젖소에게 해를 입힐 것이다”(젖소가 우유 생산 기계가 되어 혹사당해온 것은 아주 오래 전부터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유전자변형을 통해 살충제 사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고, 그것은 더 많은 수확량을 거둘수 있게 함으로써 식량 자급에도 커다란 기여를 하게 된다. 우리가 유전자변형 식물이 단지 천연산이 아니란 이유로 혐오감을 갖는다는건 불합리한 것이다.
“커피 한 잔에는 당신이 한 해에 먹는 잔류 살충제보다 위에 암을 일으키는 물질들이 더 많이 들어 있다. 그리고 커피 한 잔에는 아직 검사해야 할 화학물질들이 수천 가지나 된다. 따라서 그것은 우리가 이중 기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것이 합성물질이라면 우리는 몹시 불안해하겠지만, 그것이 천연물질이라면 우리는 아예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유럽에서 특히 유전자 변형 식품에 대해서 극도의 불신감을 갖는 이유는 무엇일까? 1984년 영국 남부 지방의 한 농민이 자기 소들 중 한 마리가 이상한 행동을 하는 것을 처음 목격했다. 그뒤 1993년까지 10만 마리의 영국 소가 소 해면상 뇌증(BSE) 이라는 새로운 뇌 질병으로 죽었다. 이 질병은 흔히 광우병이라고 한다. 정부는 그 병이 폐기된 동물 찌꺼기로 만든 사료를 통해서 전염된 듯하며 인간에게는 전염되지 않을 것이라고 서둘러 대중을 안심시켰다. 하지만 2002년 2월까지 106명의 영국인이 BSE와 비슷한 병으로 죽었다. 그들은 BSE에 걸린 소의 고기를 먹고 감염되었던 것이다.
그 후로 전개되는 영국 언론의 선정적인 보도 “유전자 변형 식품이 자연과 놀이를 하고 있다.” “부작용이 암뿐이라면 다행일 것이다.” “유전자 변형 식품 거대 기업의 놀라운 사기행위.” “돌연변이 작물들.” “블레어 수상, 격분해 말하다. 나는 프랑켄슈타인 식품을 먹으며 그것은 안전하다.”
이러한 논쟁의 기반은 대개 과학적이라기 보다는 사회정치적 운동 차원에서 이루어진다. 현재의 논쟁에서 우리 사회가 고상한 척하며 무지한 상태에 머물러 있을 때, 우리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위태로운 상황에 있는지 상기하는 편이 좋을 것이다. 굶주린 사람들의 건강상태와 우리의 가장 소중한 유산인 환경 보존을 말이다.
DNA 전제주의
“이론적으로 볼 때 그것은 법적인 신원확인과 친자확인에 쓰일 수 있을 것이다. 또 쌍둥이가 일란성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데에도 쓰일 수 있다. 이 정보는 조직을 이식할 때 중요하다. 또 골수 이식에 적합한지 여부를 판단하는 데에도 쓰일 수 있다. 이 기술은 동물과 조류에도 적용될 수 있다. 우리는 생물들이 어떻게 관련되어 있는지도 파악할 수 있다. 종의 자연사를 이해하려면 그런 기초 자료가 필요하다. 이 기술은 보존 생물학에도 적용될 수 있다. 이런 응용 분야는 끝이 없어 보인다.”
이제 유전자는 더 이상 실험실에만 존재하는 분자덩어리가 아니다. 그것은 이제 우리 사회의 많은 분야에서 사람들의 운명을 결정하는 황금덩어리이다. 그것을 통해서 희망을 가지기고 하고 절망감에 빠지기도 한다. 그것은 특히 범죄현장에서 범인을 잡을 때 엄청난 능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아무런 단서도 없어서 도저히 범인을 잡을 상황에서도 현장에 남아있는 단 한가닥의 머리카락의 DNA 분석으로도 검거가 가능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대 혁신이 오게 된다. 그러자 법 집행기관들은 뭔가 영감을 얻었다. 아예 모든 사람들, 적어도 범죄자가 될 만한 모든 사람들의 DNA 지문을 기록해두면 좋지 않을까? 그렇게 하려면 연방수사국은 기존의 지문 자료처럼 DNA 자료를 담은 중앙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어야 한다.
인권 옹호론자들은 격렬하게 항의를 해왔고, 거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DNA 지문은 손가락의 지문과 다르다. DNA 표본에는 신원 확인 증거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이 들어 있다. 그 안에는 훨씬 더 많은 개인정보들이 들어있다. 그것은 나의 많은 것을 당신에게 말해줄 수 있다. 내가 낭포성 섬유증, 겸형 적혈구 빈혈증, 테이-삭스 병 같은 장애를 낳을 돌연변이를 지니고 있는지 여부 같은 것 말이다. 가까운 미래에 그것은 당신에게 내가 정신분열증이나 알코올 중독 경향을 드러내는 유전적 변이나 더 나아가 평화를 교란할 가능성이 높은 형질들을 지니고 있는지의 여부까지도 알려줄지 모른다. 가령 미래의 정부는 나를 집중 감시 대상에 놓을지도 모른다. 유전 신상 자료가 정말로 법 집행기관의 예방활동 도구가 될 수 있을까?
솔직히 말해서 나는 빅 브라더가 어느 날 어떤 사악한 목적을 가지고 내 유전 지문을 읽을 것이라는 먼 미래의 가능성보다는 내일 위험한 범죄자가 풀려나 더 사악한 행위를 저지르지나 않을까, 단순한 DNA 검사를 받지 않는 탓에 결백한 사람이 감옥에서 지내는 일이 벌어지지나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할 때 더 걱정이 된다.
유전자 변형 식품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대중은 DNA가 부두교의 속성을 지녔다고 상상한다. 즉 DNA에 무언가 섬뜩하고 신비한 것이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유전적인 복잡성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극도의 불안과 음모 이론에 사로잡히기 쉽다.
GENOME 프로젝트 – 인간 본성에 대한 탐구
게놈이란 모든 세포의 핵에 들어 있는 DNA의 전체, 즉 개인이 지닌 유전적 지침서들의 전체집합이다. 핵 하나에 들어있는 DNA의 양의 절반에는 약 31억 개의 염기 쌍이 들어 있다. 다시 말해서 A, T, G, C가 31억 개 늘어서 있는 셈이다.
인간 유전체 계획은 길게 늘어서 있는 A, T, G, C의 순서를 파악한다는 차원의 계획이 아니다. 그것은 이익이 되든 재앙이 되든 간에 인간 본성에 관한 가장 근본적인 철학적 질문들에 답해줄 가능성을 지닌 고귀한 지식이다.
게놈프로젝트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정크DNA 라고 하는 부호를 전혀 지니지 않는 DNA 서열들이 차지하는 부분들이 예상외로 많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단백질 합성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찾는다는건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시간이 지체되자, 한쪽에서 정크DNA를 제외한 순수한 유전자들로만 구성된 유전체를 완성하게 된다. 하지만 이 신속하고 약삭빠른 접근법은 결코 전체를 분석하는 방법의 대안은 되지 못한다. 뇌조직의 Cdna 분석을 하면 뇌에서 발현되는 유전자를 개략적으로 알게 되겠지만, 그 유전자가 어떻게 발현되는지는 전혀 알지 못한다.
1990년대 중반 들어 본격적으로 A, T, G, C를 공략하기 시작했다. 먼저 세균을 공략하고 그 다음에 더 복잡한 생물을 공략한다. 민간 부문과 공공 부문은 인간 유전체라는 성배를 손에 넣기 위해 서로 경쟁하게 되고,
“질병과 싸우는 우리가 경이로운 신무기를 가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과 더 나아가 어떻게 생물이 형성되고 어떻게 활동하며, 무엇이 우리를 생물학적으로 다른 종과 갈라놓는지, 다시 말해서 무엇이 우리를 인간으로 만드는지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전혀 새로운 단계로 진입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알렸다는 의미에서 인간 유전체 계획은 지극히 정당했다.”
인간 유전체 계획의 결과 사람의 유전자의 숫자가 약 3만5,000개라는 것이 밝혔졌다. 유전자를 찾아내는 것은 사실 그렇게 수월한 일이 아니다. 인간 유전체 중 고작 2퍼센트 정도만이 단백질 부호를 지니고 있지 않다. 나머지 부분은 허접쓰레기라는 말 그래도 “정크”라고 불린다. 유전체는 우리의 상상과는 다르게 산만하게 구성되어 있다.
인간의 유전자 수가 예상 외로 적다는 것에 대한 의미가 갖는 두가지의 상반된 주장을 들어보자.
스티븐 제이 굴드는 이 적은 수는 거의 모든 생물학적 탐구를 지배하는 교리인 환원론에 종식을 고하는 종소리라고 주장했다. 환원 반대론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예상 외의 유전적 단순성에 비추어볼 때 인간이라는 생물은 단순한 과정들을 총합하는 방식으로는 자기 자신을 조금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살아 있는 증거였다. 그들이 볼 때, 적은 유전자 수는 천성이 아니라 양육이 우리 각각을 자신답게 만드는 주요 결정요인임이 분명하다는 뜻을 뜻했다. 이를테면 그것은 우리 유전자가 강요하는 독재체재에서 벗어났다는 독립선언이었다.
우리의 유전자 수가 적다고 해서 그것이 생물학적 체계를 환원론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이 쓸모 없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뿐만 아니라 그것은 유전자가 우리를 결정하지 않는다라는 논리적 결론을 정당화하지도 않는다. 누가 뭐라고 해도 침팬지의 유전체가 담긴 수정란에서는 필연적으로 침팬지가 발생하며, 인간의 유전체가 담긴 수정란에서는 인간이 발생한다. 고전음악이나 텔레비전 폭력물에 아무리 노출시켜도 그것을 바꿀 수는 없다.
우리는 인간 유전체 계획이 준 지식으로 무에서 시작해서, 즉 각각의 구성요소들을 인공적으로 결합해서 제 기능을 하는 최소 세포를 만드는 것이 가능할까? 지금까지 분자생물학으로 밝혀진 바에 의하면 생명이라는 현상에서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은 신비한 요소 같은 것은 없다. 그렇다면 “생명체를 창조하려는” 시도가 윤리적 딜레마에 빠질 일은 없다고 본다. 세포의 생명이 기본구성 요소들과 과정들의 총합이상의 것임이 밝혀진다면 오히려 놀라운 일이 될 것이다.
DNA 와 인류의 과거
우리는 네안데르탈안이 인간 및 그 친척들과 같은 진화 나무에 있지만 그 가지는 현대 인류의 가지와 다른 곳으로 길게 뻗어 있다고 결론을 내릴 수 있다. 네안데르탈인과 현대 인류가 3만 년 전에 유럽에서 서로 만나서 정말로 상호 교배를 했다면 네안데르탈인의 mtDNA 서열은 현대 인류의 유전자 풀로 유입되었을 것이다. 그런 유입이 있었다는 증거가 전혀 없다면 현대 인류는 네안데르탈인과 상호 교배를 한 것이 아니라 그들을 제거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전자를 통한 분자시계에 의하면 단백질의 아미노산 서열 비교, 외부 단백질에 대한 면역반응을 통해서 인간은 진화적으로 가장 가까운 사촌인 침팬지와 고릴라와 약 500만 년 전에 갈라졌다는 걸 알수 있다. 놀라운것은 인간과 침팬지 DNA의 서열이 1퍼센트밖에 다르지 않고 침팬지와 고릴라의 서열은 약 3퍼센트 차이가 있다는 사실이다. 즉 침팬지와 고릴라보다 인간과 침팬지가 더 가깝다는 것이다. 더욱 더 놀라운 사실은 개인별로 비교하면 인간은 염기 쌍 1,000개당 약 한 개가 다를 뿐이다. 이것은 다른 종들의 기준으로 볼 때 극히 적은 차이이다.
캔과 윌슨의 진류 진화 가설에 의하면 인간은 아무리 먼 관계에 있다고 해도 15만 년만 거슬러올라가면 조상이 같다. 이것은 유럽에 도착한 현대 인류가 그보다 앞서 200만 년쯤 전에 아프리카에서 이주했던 초기 인류 집단을 대체했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 일이 일어날 무렵이나 그 직후에 우리조상 집단이 아프리카를 떠나 행성을 식민지화하는 대장정에 나섰다는 것이다.
분자생물학의 과장 원대한 목표는 우리 자신과 우리 종의 기원에 관한 문제들에 확실한 해답을 얻는 것이다. 하지만 각 인간의 영혼은 자기 종의 이야기만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이야기도 알고 싶어한다.
현대 인류는 약5만 년 전에 갑자기 문화적으로 현대화한 듯하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아마 우리는 결코 알아내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 것이 언어의 발명이고 추측하고 싶은 유혹을 느낀다. 인간 언어와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는 유전자는 FOXP2 이다.(인간의 FOXP2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일어나면 언어장애를 일으킨다는 것이 밝혀졌기 때문에 FOXP2 유전자는 “문법유전자”라고도 한다) 인간의 단백질은 침팬지나 고릴라의 단백질과 아미노산 두 개가 다르다. 사실 인간만 다를 뿐, 지금까지 조사한 모든 포유동물은 이 단백질의 아미노산 서열이 똑같았다.
유전자 결정론 - 과학의 칼뱅주의
“50년 전 아버지를 따라서 왕진을 다닐 대 나는 “그 병” 에 걸린 사람을 처음 보았다. 그 고장 사람들은 그 끔찍한 질병을 늘 그렇게 불렀다. 나는 바로 어제 일어난 일인 양 그 순간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것은 내 어린 마음에 잊혀지지 않을 인상을 심어 주었고, 맨 처음 의학지식에 기여할 대상으로 무도병을 고른 것도 바로 그 인상 때문이었다. 이스트햄프턴에서 애머건세트로 이어지는 숲길을 가다가 아버지와 나는 허리를 구부리고 몸을 뒤틀고 얼굴을 찡그리고 있는 두 여자와 마주쳤다. 나는 깜짝 놀라 거의 두려워하는 심정으로 그들을 쳐다보았다. 도대체 어떻게 저럴 수 있지? 아버지는 잠시 멈추어 그들과 이야기를 나눈 뒤 헤어졌다.
월프-히르시혼증은 어려서 목숨을 잃는 매우 드문 위험한 병이다. 이 유전자는 4번 염색체 위에 있으며, 헌팅턴병과도 관련이 있어서 실제로 모든 ‘질병’ 유전자들 중 가장 유명하다. 이 유전자 안에는 하나의 ‘단어’가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CAG, CAG, CAG, CAG… 이러한 반복이 때로는 6번, 때로는 30번, 때로는 100번 이상 나타난다. 우리의 운명과 이성 그리고 생명이 이 반복의 끈에 달려 있다. 만약 그 ‘단어’가 39번 이상 반복되면, 중년에 접어들면서 서서히 몸의 균형을 잃기 시작하여 점점 스스로를 다스리지 못하게 되고 일찍 죽는다. 퇴행현상은 지능이 떨어지기 시작하여, 사지의 경련현상이 뒤따르고 심한 우울증에 걸리며 때론 환상이나 망상에 빠지기도 한다. 이 질병은 막을 방법도 치료할 방법도 없다. 이보다 더 처절한 운명은 없을 것이다. 원인은 바로 유전자에 있다. 헌팅턴 돌연변이를 가지고 있는가에 따라 질병을 일으키기도 일으키지 않기도 한다. 칼뱅도 상상하지 못한 결정론적이며 예정된 운명이다. 이 광란의 증세를 일으키는 나이는 전적으로 어떤 유전자의 특정 장소에서 CAG가 몇 번이나 반복하는가에 달려 있다. 만약 39번 반복하면 90%는 75세 이전에 치매에 걸리며, 평균적으로 66세 정도에 첫 증세가 나타난다. 만약 41번이면 54세에, 42번이면 37세에, 이와 같은 ‘단어’가 50번 반복한다면 27세 정도에 지능을 잃어버리게 된다. 어떤 점성술도 이렇게 정확하지는 못할 것이다. 프로이트주의, 마르크스주의, 크리스트교 또는 정령숭배 등 인류의 인과관계에 대한 어떤 이론도 이렇게 확실하지는 못할 것이다. 우리가 여기서 다루는 것은 처절하고 잔인하지만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다.
1953년 제임스 왓슨과 프랜시스 크릭이 열어 놓은 판도라의 상자가 가져온 영향을 이해하지 못했을지라도, 헌팅턴에 관한 이야기는 당신을 설득시키기에 충분하다. 게놈에서 얻을 수 있는 지식에 비하면, 나머지 생물학이 주는 내용은 아주 미약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헌팅턴 병이 왜 생기고, 어떤 증상이 올지는 알지만 결정적으로 고치지 못한다. 무심하게도 단순한 CAG 반복이라는 사실은 치료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오히려 더 암울한 미래를 제시할 뿐이다. 뇌에는 1,000억 개의 세포가 있다. 이 모든 세포 안에 있는 헌팅턴 유전자의 CAG 반복을 짧게 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
여기서 정말 중요한 이야기를 해보자. 어떤 사람이 헌팅턴 병에 걸렸는지 여부를 알기 위해 진단을 받았을 때, 그 사람이 5년후에 헌팅턴 병 으로 인해 처절한 질병에 시달려야 된다는것을 본인에게 알려줘야 하는가, 아니면 앞으로 5년동안 아무것도 모른 채 행복하게 지낼 수 있도록 알리지 않아야 하는가. 어떤게 옳은 것일까?
헌팅턴병은 유전의 극단적이 예이다. 환경 요인에 흔들리지 않는 완벽한 숙명론이다. 행복한 생활, 좋은 약, 건강한 음식, 사랑하는 가족, 엄청난 부, 그 어떤 것도 어찌할 수 없다. 당신의 운명은 당신의 유전자에 달려 있다. 아우구스티누스의 신봉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하늘나라에 가는 것은 신의 뜻이며, 당신의 선한 행동 때문이 아니다. 게놈, 그 위대한 책, 그것은 우리에게 가장 어두운 지식을 주는지도 모른다. 마치 테이레시아스의 저주처럼 우리 운명에 대한 지식, 안다고 해도 어찌할 수 없는 지식을 주는지도 모른다.
유전학의 존재이유
데이비드는 중증 합병성 면엽 결필성(SCID)이라는 선천성 질환을 앓고 있었다. 그의 몸은 질병에 대한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데에 필요한 핵심 성분인 B세포와 T세포를 만들지 못하기 때문에 가장 약한 균에도 쉽게 간염될 수 있었다. 우리는 SCID가 드물다는 사실에 감사해야 하겠지만, 유전병은 아이들에게 놀랍도록 흔하게 나타난다. 사실 아기들 중 약2퍼센트는 어떤 종류이든 간에 유전적 이상을 가지고 태어난다. 아동병원에 들락거리는 아이들 중 10분의 1이 유전자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질병을 가지고 있으며, 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질병들까지 포함하면 절반 정도가 그럴 것이라고 추정된다. 우리는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알 수 있고, 진단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병을 완치시키는 커녕 치료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조차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이러한 절망적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인간 번식생물학이라는 새로운 분야가 생겨났다. 착상 전 진단을 통해 인간의 배아를 조작하는 단계에 이르게 되었다. 그럼으로써 다운 증후군이나 낭포성 섬유증, 겸형 적혈구 빈혈증을 가진 태아를 사전에 알게 되고, 임산부에게 그 사실을 알려줌으로써 결정을 내리게 한다. 어머니가 선택할 대안은 두 가지 밖에 없다. 유전적 결함이 있는 아이를 낳던지 아니면 낙태시키던지 그 때문에 일부에서는 미국이 양성 판정을 받은 사람들에게 모두 오명을 씌우는 인종 차별적 우생학의 르네상스 시대로 들어가고 있다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나타났다. 그 기술은 해당 부부의 엄청난 노력을 요구하며 모든 시험관 수정 기술이 그렇듯이 많은 비용이 든다. 착상 전 진단은 유전병과 맞서 싸우고 있는 이 전쟁에서 매우 중요한 무기가 될 가능성이 있다.
뉴욕의 납비 요제프 에크스타인 “정당한 세대” 운동을 통해 그 지역의 정통파 유대인 사회에 테이-삭스 병 감사를 도입했다. 젊은이들에게는 고등학교와 대학에서 무료로 검사를 받으라고 권고했다. 이 프로그램의 특징은 비밀을 최대한 보장한다는 점이다. 검사를 받은 당사자에게조차도 그들이 보인자인지 여부를 알려주지 않는다. 그 대신 각자에게 암호화한 숫자가 주어진다. 나중에 혼인할 때가 되면, 각자 도르 예쇼림에 전화를 걸어 자기 숫자를 말한다. 양쪽 다 보인자일 경우에만, 둘이 함께 상담을 받으라는 권고가 나온다.
유전병을 치료하는 이상적인 방법은 문제를 일으키는 유전자 자체를 고치는 유전자 변경(genetic alteration)일 것이다. 그리고 그런 유전자 요법은 남은 평생에 걸쳐서 환자에게 지속적으로 혜택을 줄 것이다. 즉 한 번 고치면 평생 효력이 지속된다. 적어도 원리적으로 볼 때 접근방식은 두 가지이다. 환자의 체세포 내에 있는 유전자를 바꾸는 체세포 유전자 요법과 환자의 정자와 난자에 있는 유전자를 고쳐 해로운 돌연변이가 다음 세대로 전달되는 것을 막는 생식세포 요법이 있다. 이러한 방법은 실수로 장애인을 탄생시킬 가능성이 있다. 생식세포 요법은 아직 우리의 기술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 있다. 그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 우리는 체세포 요법 자체를 강력한 도구로 만드는 데에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
여기서의 핵심은 이렇다. 비록 생식세포를 통한 유전자 변형 인간이 예기치 못할 불행을 가져올 가능성은 있지만, 아직 일어나지도 않는 미래의 불안 때문에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는 유전병에 걸린 사람들을 위한 기술개발에 힘쓰지 않고, 그것이 널리 쓰이도록 노력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용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유전적 결정론과 자유의지
유전학이 발전해오면서 유전적 결정론과 자유의지는 많은 논란이 되어왔다. 우생학이 판을 치던 시기에는 태어날때부터 인간의 모든 것들이 결정되어 있다는 유전적 결정론이 진리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히틀러 시대를 지나면서 유전이 아닌, 환경에 의한 양육으로 인간의 행동을 설명하고자 했다. 그러나 부모의 영향을 통해 성격이 형성된다는 것 역시 또다른 결정론이다.
그러면 나는 누구인가? 나는 나의 유전자들이 모여 만든 생물학적 존재이다. 이들이 나의 외형을 만들어 양손에는 5개씩의 손가락, 입안에는 32개의 이빨이 나게 하고 언어 능력을 주었으며, 나의 지적 능력의 절반 정도를 규정한다. 또한 이들은 내가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는 느낌을 갖게 했다. 조금만 돌이켜 보면 내가 하고 싶은데 할 수 없는 일은 없다. 마찬가지로 내가 어떤 일은 해도 되고 어떤 일은 해서는 안된다는 법도 없다. 나는 자유의지를 가진 자유인이다.
이 자유의지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이것이 단순히 내 유전자들에서 오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그렇다면 그것은 이미 자유의지가 아닐 테니까. 많은 이들은 그것이 사회와 문화 그리고 교육에서 온다고 한다. 이 추론에 따르자면, 자유는 우리의 유전자에 의한 압제적인 최악의 순간이 지난 후 개화되는 일종의 꽃으로서 유전자에 의해 결정되지 않는 우리의 천성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우리는 자신의 유전적 결정론을 극복하고 자유라는 신비로운 꽃을 잡을 수 있다.
결과는 원인이 있게 마련이고, 원인이 없다면 결과도 없다. 만일 내가 어릴 적 경험한 일로 겁쟁이가 되었다면, 그 사건도 겁쟁이가 되게 하는 유전자만큼 결정적인 것이 된다. 더 큰 잘못은 유전자에 의해 결정된다는 사실을 부인하는 게 아니라 결정론이 필연적인 것이라고 오해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유전적 결정론이 사회적 결정론보다 더 잔혹한 운명의 형태라는 잘못된 생각이 남아 있다. “유전적 요법이 사람의 운명을 바꾸어 놓는다고 말하지만 신용카드의 빚을 대신 갚아주는 것으로도 다른 사람의 운명을 바꿀 수 있다”. 유전적 지식의 참뜻은 유전적인 결함을 대부분의 경우에서 유전적이 아닌 방법으로 고치는 것이다.
자유는 환경의 제한을 극복하고 초월하는 능력이다. 이 능력은 자연선택에 의해 우리에게 주어진 것이다. 왜냐하면 이것은 적응할 줄 알기 때문이다… 만일 네가 압박을 받아야 한다면, 네 자신이 아닌 환경에 의해 당하고 싶은가, 아니면 그나마라도 당신이라고 할 수 있는 유전자에게 당하고 싶은가.
우리의 유전자와 우리의 미래
무생물에 생명을 불어넣고 지구에 자연적으로 나타나는 생물체를 개량한다는 생각은 1818년에 메리 셸리의 작품이 출간되기 오래 전부터 인간의 상상력을 사로잡아왔다. 생명의 비밀은 1953년까지 비밀로 남아 있었고, 그 후의 유전자 혁명, DAN재조합, 인간 유전체 계획을 통해서 언젠가 신의 전유물을 얻게 될 것 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있다. 우린 아직도 인간의 의식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알지 못한다. 생물학적으로 실현 가능한 것과 실현 불가능한 것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나온 한편의 영화 “가타카(Gattaca)” 는 유전적 완벽함에 집착하는 사회를 보여준다. 태어날때부터 민감한 DNA 분석을 통해서 사회적 계급이 형성되는 유전자 카스트 제도는 섬찟함을 안겨줌과 동시에 유전자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갖게 한다.
이런 상상이 가능한 것은 우리 자신이 너무나 이기적이어서, 특권층들이 자신들에게 복종할 새로운 하위계급을 만들어낼 거라는 인간성의 어두운 측면을 강조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비록 그렇다고 해도 인간은 도움이나 구조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연민을 갖고, 행복할때 웃음을 머금는 경향 또한 우리의 본성을 이루는 유전요소이다.
우리는 왜 어떤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보다 빨리 배우는지 아직 이해하지 못하고 있으며, 언제쯤 이해하게 될지도 알 수 없다. 문제는 이것일 것이다. 우리는 유전학이 지닌 부정할 수 없을 정도로 방대한 잠재력이 개인적으로든 집단적으로든 인간 조건을 개선하는 일에 쓰이는 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가? 해당 유전자를 알고 있다면 미래의 우리는 진도가 느린 학생을 아예 태어나기 전에 진도가 빠른 학생으로 변화시키고 싶지 않을까? 우리는 과학소설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지금도 우리는 생쥐의 기억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인간에게도 같은 일을 하지 말아야 할 이유는 없다.
현재 각국 정부는 과학자들이 인간의 생식세포에 DNA를 넣지 못하도록 금지하고 있다. 이런 금지 조치는 다양한 유권자 집단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일반 대중 가운데 주로 종교집단들이 판에 박은 듯한 강한 반대입장을 보인다. 그들은 인간의 생식세포에 개입하는 것이 사실상 신과 놀이를 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의학계에서 아무런 반대없이 매일매일 이루어지고 있는 분자 수준의 온갖 기적 같은 일들은 놔두고, 그 과정만이 불경하다고 추론하는 신학적 원리가 무엇인지 나는 도저히 알 수 없다.
인간성의 본질은 무엇일까? 그것은 이 행성에서 우리가 생존하고 성공할 수 있도록 해준 사랑, 즉 서로를 돌보라고 촉구하는 그 충동이다. 그것은 인간의 본성에 본질적인 것이며 나는 그 사랑하는 능력이 우리DNA에 새겨져 있다고 확신한다. 그리고 언젠가 우리 과학이 너저분한 증오와 폭력을 물리치기 위해서 그 특별한 유전자들을 강화시킨다면 우리 인간성이 감소했다고 보아야 할까?
참고서적
■ DNA : 생명의 비밀 제임스 D. 왓슨
■ GENOME 매트 리들리
P.S. 2004.6.13 에 작성한 글이다. "DNA : 생명의 비밀"이 독서모임 토론도서로 지정이 되서 참고자료로 책 내요을 요약했다. 이렇게 한 이유는 당시 회원들이 분자생물학에 대해서 너무 어렵게 생각해서 개념 이해를 위해서 작업을 했는데, 모임 당일에는 나를 포함해서 4명밖에 참석 안해서 허탈해 했던 기억이 난다. 사실 모임을 하면서 나도 분자생물학에 대해서 많은 공부를 했으니 억울해 할 일은 아니지만. "게놈" 은 지금 집에 있다. 유전자에 대해서 알기 쉽게 설명한 책으로 권장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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