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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생명이란 무엇인가? 그후 50년

by leeyj. 2007. 3. 3.

생명이란 무엇인가? 그후 50 (What Is Life? The Next Fifty Years)


 

 이 책의 서평을 쓰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 그것은 과학에 대한 지식이 전무하다시피 한 이유도 있지만, 20세기의 대표적인 학자들이 수많은 세월동안 연구한 결과물에 압도 되었기 때문이기도 한다. 책의 내용을 한번에 이해하려고 해서는 안된다. 그것은 가능하지도 않지만, 올바른 태도라고 볼수도 없다. 다독은 기본이고, 단어 하나하나에도 정신을 집중해서 읽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어느 순간 활자만을 아무 의미없이 읽어내려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 책은 슈뢰딩거생명이란 무엇인가?”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당대의 석학들이 모여서 만든 결과물이다. 서론이 너무 길었다. 본격적인 내용으로 들어가 보자.

 

 처음으로 만나게 될 사람은 고생물학자 진화생물학자인  스티븐 제이 굴드이다. 그의 글은 과학자의 글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만큼 창의적이고 재미있다. 과학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도 충분히 이해하고 즐길수 있을 것이다. 그는 슈뢰딩거양자역학에 기반한 분자수준의 세계관 대신 전 지구의 역사를 관통하고 있는 거대한 진화론적 사고방식에 기반해서 생명현상의 본질을 추론하고 있다. 그는 전통적인 다윈식의 점진주의적 신조를 비판하고 있다. 그래서 다세포 생물의 설계도가 완성된 캄브리아기 대폭발을 생명현상을 이해하기 위한 중요한 단서로 인식한다. “버제스 추첨을 통해 생명의 테이프를 다시 시작한다면 어떤 계통이 생존할지 현재와 다른 결과가 산출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오늘날 생존하는 모든 집단은 우연한 행운 덕에 존재하는 것이다.” 와 같은 종래의 과학에서 강조하는 반복 가능하고 예측 가능한 사건들을 통한 자연 법칙 대신 혼돈과 무작위성으로 가득한 우연적인 세계관을 강조함으로써 생명현상을 이해하기 위한 또 다른 방법론을 제시하고 있다.

 

 두번째는 생리학 박사이면서, 조류학자인 제레드 다이아몬드이다. 이 논문의 핵심은 인간과 유인원 사이의 진정한 차이점은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행동의 차이를 결정짓는 그 적은 수의 유전자의 정체, 시간적으로 또는 공간적으로 떨어진 사건에 대해서 알게 되는 것, 예술 작품을 만들고 즐기는 것, 대량 살상 수단을 고안하고 중독성 약물을 남용하고 서로에게 고통을 주는 데서 기쁨을 얻고 수많은 다른 종을 멸종시기는 것. 그래서 지구상에서 유일한 존재가 되게 만든 인간만의 특징은 무엇일까? 그것은 인간만이 유일하게 완성된 형태의 음성언어가 있었다는 점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원시화석의 증거를 통해서 우리의 뇌가 약 200만년 전부터 증가하기 시작했고, 그것이 대도약 전진을 이루게 한 힘이었다는 가설을 제시하고 있다.

 

 슈뢰딩거생명이란 무엇인가?” 를 읽으면서 그 난해함으로 인해 당혹감을 느껴본 사람이라면 스튜어트 카우프먼의 글은 반드시 읽어야 한다. 글자 하나까지 모조리 외우겠다는 각오로 정신을 집중해서 읽어야 할 것이다. 그는 우선 슈뢰딩거의 당시 주장 거시적인 질서관 강조, 생물이 지닌 질서 특히 드물게 나타나는 돌연변이와 유전 가능한 변이에 대한 설명, 비주기적 고체 에서 한단계 더 나가서 열린 열역학 계의 자기 조직화 행동이라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우리 지구에 존재하는 탄소 기반 생명체 뿐 아니라 모든 우주에 존재할 수많은 생명체들의 존재에 대해서도 진지하고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

 

 현재 인류에게 닥친 재앙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인구증가, 식량부족, 핵전쟁 과 같은 두려움일 것이다. “만드레드 아이겐은 현대 생물학이 풀어가야 할 큰 과제로 “AIDS” 를 들고 있다. AIDS 의 정체는 무엇이고, 언제부터 생겨났으며, 완치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해 생물학적 개념으로 설명하고 있다. 또한 인류가 진정 새로운 도약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개체의 자유를 의지없는 세포의 상태로 격하시키려고 한 유전자의 명령에 종속하지 말고 진정한 인간성을 찾자고 제안하고 있는 것이다.

 

 루이스 월퍼트는 생물학에서 아직까지 풀리지 않는 생명의 신비인 발생을 다루고 있다. 이를테면 알은 계산될 수 있는가? DNA와 단백질의 정보를 통해서 수탉, 암탉, 파리, 옥수수, 철쭉, 딱정벌레, , 여인이 될지 여부를 알수 있는지의 문제이다. 만일 인간이 발생에 관계된 모든 유전자의 정보를 알게 되고 제어할 수 있다면 어디까지 가능할까? 원하다면 날개가 달린 천사를 만들어낼수 있을 것이며, 공룡을 만들어 낼 수도 있을 것이다. 자연에 대한 도전의 결과는 인간에게 축복이 될지, 재앙이 될지 그것은 아무도 알수 없다.

 

생물학적 의미로서 핵산을 의미하는 유전 언어와 인간에게만 국한 된 친숙한 언어를 다루는 존 에이나드 스미스의 글은 언어의 습득을 선척전이냐 후천적이냐 하는 논쟁에 대한 흥미로운 내용을 다루고 있다.

 

 슈뢰딩거의 생명에 대한 탐구가 과연 50년동안 어느 정도까지 진전되었는지를 알고 싶다면 크리스티앙 드 뒤브의 글은 주의깊게 읽어 볼 필요가 있다. 몇 페이지에 불과하지만 내용의 난이도는 상상을 뛰어넘는다. 난 이글을 읽으면서 절망감을 느껴야 했다.

 

 인간의 의식은 비계산적이며, 어떤 모의실험도 할 수 없다는 로저 펜로즈의 글은 물리학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현재 우리가 접하고 있는 고전적인 수준과 소립자, 원자 수준의 양자수준 이 두 세계의 연결을 설명하는 그의 탁월한 논문은 분명 읽어 볼 가치가 있다. 이해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는 없지만

 

 만일 당신이 열역학 제2법칙 (엔트로피)에 대해서 관심이 있다면 제임스 케이의 글은 흥미로울 것이다. 특히, “평형에서 멀리 끌고 가면 가면, 계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가해진 기울기에 맞설 것이다. 가해진 기울기가 증가함에 따라, 평형에서 더 멀리 움직이지 않으려 하는 계의 반발력도 강해진다라는 수정된 제2법칙의 의미하는 바는 어떤 것인가? 그것은 지금까지 생명엔트로피에서는 설명할 수 없는 예외적인 상황을 빠져나올 수 있는 구원이 밧줄이 되줄 것이라는 희망의 메시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과학에 관심이 있던, 없던간에 한 시대를 대표하는 석학들의 예리하고 통찰력 있는 견해들이 들어있는 이 책을 읽는다면 지금까지 무심히 생각해 온 세상에 대해 색다른 감정을 가지게 될 것이다. 그리고 자기 자신의 존재 - 전 지구 역사를 통해서 상상할 수 없는 우연을 통해 생겨난 산물로서 에 대해서 엄청난 자부심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P.S.   이 글은 2003년 12월 14일에 작성했다.  여러 과학자들의 글이 있었는데 내용이 상당히 어려웠다.  과학계의 이슈에 대해서 알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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