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레이미의 스파이더맨이 진지하다면, 리부트 된 마크웹의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은 수다스럽고 장난끼가 넘친다. 뉴욕의 빌딩 사이를 거미줄로 이동하는 장면은 스파이더맨의 시점에서 보여져 어지러울 정도다. 3D로 봤으면 더 좋았을 뻔 했다. 피터 파커와 그웬 스테이시는 보통의 연인처럼 헤어졌다 만났다를 반복한다.
로맨스 영화를 만든 마크웹의 작품답게 두 연인 사이의 사랑 이야기에 많은 시간이 할애 됐다. 그래서 영화는 액션과 로맨스를 왔다갔다 한다. 앤드류 가필드와 엠마 스톤 두 사람은 청춘의 사랑을 잘 표현했으나, 등장하는 악당 일렉트로는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다. 머리 벗겨진 소시민이 전기를 제어하는 능력을 가진 악당으로 거듭나는 장면은 너무 뻔해서 식상할 정도다.
일렉트로는 대중 문화가 낳은 괴물이다. TV는 영웅을 만들기도, 악당을 만들기도 하다. 수많은 TV에서 일렉트로가 자신의 모습이 나타나는 모습에 황홀해 하고, 스파이더맨이 자신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자 앙심을 품는다. 일반 대중이 스타에 대해 갖는 동경의 모습을 닮았다.
일렉트로는 너무나 막강한 힘을 가졌지만, 스파이더맨을 긴장시키지는 못한다. 그저 전기를 사용해 음악을 연주하고, 시각적 효과만 보여준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이 흥미롭지 못한 이유는 초반의 파커의 부모가 죽어가면서 까지 루즈벨트에 업로드한 자료가 예상 가능한 것이었다는 점도 있다. 그것은 이미 샘레이미에 의해 스파이더맨 3부작이 만들어졌는데, 또 다시 리부트된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의 태생적 한계일 수도 있다. 판권 때문에 영화가 바로 나왔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3편에서는 좀 더 정교한 시나리오가 나와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웬 스테이시는 히어로 영화에서의 여주인공과 달리 보호받는 역할에 머물지 않고, 스파이더맨의 조력자로 나선다. 피터 파커에 대한 헌신적인 사랑으로 위험에 뛰어든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히어로 영화 답지 않게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않는다. 남녀 주인공의 로맨스는 참신한 시도일수도 있지만, 중심이 되어야 할 액션은 새롭지 않고, 허술한 시나리오는 극적 긴장감을 떨어뜨린다. 감독이 너무 많은 걸 담으려고 해서 이도저도 아닌게 되버린 점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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