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도 수 없이 쏟아지는 뉴스, 출.퇴근 시 스마트폰으로 하루의 뉴스를 읽지만 시간이 지나면 어느새 잊어지고, 또 다른 뉴스가 올라온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의 작가 알랭 드 보통의 이 책은 현기증 나게 많은 뉴스를 어떤 식으로 읽어야 되는지를 다룬 일종의 뉴스 사용법 이라고 할수 있다.
알랭 드 보통은 오늘날의 뉴스에 대해 어떤 사건에 독자를 갑자기 빠드려놓고 맥락없이 설명만 하다가 끄집어 낸다고 불만을 표시한다. 기자들은 속보 경쟁으로 깊이 있는 해설 대신 자극적인 문구로 독자를 끌어들이기 에만 열중한다. 어려운 정치, 경제 뉴스는 일반 대중들이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전문용어로 기사 읽기를 포기하게 만든다.
수많은 뉴스가 나오다 보니 정작 중요한 기사는 눈에 띄지도 않고, 하루만 지나도 사라져 버린다. 정치인, 기업인의 비리에 관한 기사는 연예인들의 열애설 같은 대중들이 흥미를 가질 뉴스로 온통 도배를 해 버린다. 몇 일만 지나면 대중의 기억속에서 사라진다.
이런 현상이 대중이 어리석기 때문일까. 저자는 이러한 현상을 개선하기 위해, 뉴스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어떤게 중요한지,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기 위해서 어떻게 전달해야 하는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뉴스를 통해 세상을 본다. 비극적 사건이 많으면 그 만큼 우울해 진다.
우리에게 중요한 뉴스는 연예인들의 열애설이 아니라 경제성장률, 노동법 개정, 복지제도, 국민연금, 건강보험, 주택 가격 같은 내 삶에 영향을 끼치는 주제들을 다룬 기사다. 이런 기사들은 맥락이 너무 많이 생략되어 있고, 특정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는 기사들로 원래 하고자 했던 이슈들이 왜곡되는 경우가 많다. 최근의 경우를 보면 공무원 연금 개정이 그렇다. 몇 달동안 기사들이 나오지만, 이해관계가 많아 어떤 식으로 개정을 하겠다는 건지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 책에서는 뉴스가 가야할 방향으로 데스크 에서는 정확한 정보 전달과 함께 배경이 되는 지식을 같이 전달해야 한다고 기술한다. 사람들이 고전에 대해 흥미를 느끼듯, 내가 전혀 접해보지 못한 해외 뉴스에 대해서 단순한 사실 전달이 아닌, 나와 전혀 동떨어지지 않은 그 사람들의 하루 일상 역시 세심한 관심을 기울어야 제대로 된 기사가 나올 수 있다는 설명이다.
셀러브리티 뉴스는 배경지식 없이 현상에 대해서만 기술하는 경향이 많고, 인터뷰 기사를 보면 새로운 영화의 홍보, 이성과의 만남, 취미 등이 그저 나열만 되어 있지 그 사람이 지금의 위치에 오르기 위한 노력, 열정에 대해서는 전혀 알수가 없다고 지적한다. 그러니 이런 기사를 보는 사람들은 나보다 나이도 어린데, 엄청난 유명세와 부를 가진 스타를 보면서 우울함과 질투 섞인 반감을 가지게 만든다고 적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의 뉴스를 보면 우리의 삶과 전혀 관계없는 연예인들의 기사가 너무 많이 올라온다. 이런 기사의 해악은 정작 중요한 기사를 사람들이 보지 못하게 묻어버린다는 것인데, 최근의 경우 이민호 수지 열애설이 그렇다고 할 수 있다. 내가 왜 나랑 상관없는 사람들의 열애 기사를 봐야 하나, 모든 걸 가진 사람들의 열애 기사를 보면 반감이 생긴다.
저자는 뉴스의 미래로 나만의 맞춤뉴스를 이야기한다. 신문사에서 일방적으로 정한 우선순위에 의한 기사가 아니라, 나의 취향에 따라 정치, 경제, 문화 관련 뉴스를 필터링 해서 볼 수 있게 하자는 설명이다. 이것을 하기 위해서는 뉴스를 제대로 선별해 볼 수 있는 교양과 균형잡힌 시각이 전제 되어야 된다고 쓰고 있다.
맞춤뉴스가 대안이 될 지는 의문이다. 지금의 사람들은 수동적으로 뉴스를 받아보는데 익숙해 져 있지, 자신의 주관으로 뭔가를 만들어내는 건 귀찮아 하는 것처럼 보인다. 저자는 뉴스의 미래에 대해 이상적인 모습을 제시한다. 제대로 된 교양을 갖춘 사람들이라면 실행이 그다지 어려워 보이지 않는다. 다만, 정보과잉의 시대에 뉴스에 휩쓸리지 않고, 차분히 자신만의 생각으로 선별해서 받아들일 수 있는 교양인이 주변에 많이 보이지는 않는다.
품위있게 살기 위해서는 사회가 경쟁이 아닌 서로를 배려하고 아껴 줄 수 있는 문화를 가져야 되는데, 우리 사회 에서는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최근의 복지 논쟁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굳어졌다. 자신의 생각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정치인을 보는건 괴롭다.
소설가 다운 시각으로 여러 분야의 뉴스를 다룬 저자의 글을 보면서, 그간 생각없이 읽어왔던 뉴스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뉴스 공급자의 시각이 당분간은 바뀌지 않을 테니, 기사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의심을 갖고 읽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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