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표지를 보면 2014.06.30 1,040조원 이라는 수치가 나온다. 우리나라 가계부채 총액 이다. 2004년 472조 에서 10년 만에 2배 이상 늘어났다. 이런 시기에 가계부채의 위험과 대책에 대한 책이 나와 흥미있게 읽었다.
이 책은 1920년대 대공황과 2006~2009년의 대침체에 대해 다루는데, 왜 이런일이 일어났는지를 각종 통계자료를 통해 분석한다. 대침체에 대해서는 2007년부터 금융시스템이 붕괴됐고 2008년 리만브라더스의 파산 으로 전세계로 확산되었다는게 주류 경제학자들의 주장 이었고, 당시 FRB 의장이었던 버냉키 역시 이렇게 이야기했다.
이에 대해 저자들은 은행, 투자사들이 채무자의 재산 상태 같은 기본적인 사항도 파악하지 않은 채 무분별 하게 대출을 하였고, 거품이 꺼지면서 대출을 상환하지 못하게 되면서 순자산의 감소, 소비 감소, 실업자 증가, 경기 침체 라는 악순확을 겪게 되었다고 주장한다.
10만 달러의 집을 사기 위해 가지고 있는 현금 2만 달러와 은행에서 8만 달러를 대출받는다고 하면 순자산의 비중은 20% 이다. 여기서 집 값이 20% 하락하게 되면 순자산은 0 이 되면서, 은행에 갚아야 되는 대출 원금 8만 달러와 이자 비용을 고스란히 채무자가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고 설명한다.
그런데 집 값은 왜 계속 올라가는 걸까? 지금도 많이 올랐지만, 미래에는 이 보다 더 많은 금액으로 사는 사람들이 있는데, 저자는 이것을 "바보들의 행진" 이라고 부른다. 빚을 져야만 집을 살 수 있는 사회를 정상이라고 할 수 있을까?
저자들은 대침체의 근본적인 원인을 설명할 수 없는 이유로 거품이 생기는 "야수적 충동" 이 아니라, 신용이 확대되면서 주택 가격에 거품이 생겼다는 부채 중심적 시각으로 설명한다. 그리고 해결책으로 채권자와 채무자가 같이 위험을 부담하는 "책임 분담 모기지"를 제안한다.
경기침체로 주택 가격이 하락하면 채무자의 순자산이 감소하듯이 채권자 역시 빚의 일부를 탕감해서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하자고 주장한다. 주식 시장 처럼 가격이 올라가면 채무자는 이익의 일부를 채권자에게 지불하고, 가격이 내려가면 채권자가 채무자의 손실을 일부 보전해주는 방식으로, 보험처럼 예측 할 수 없는 미래에 일어날 위험을 사회 전체가 같이 부담하면 대침체와 같은 극단적 형태의 불황은 막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런데 이러한 개념은 빚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달갑지 않을 듯 한다. 무리하게 빚을 져서 집을 산 사람들이 경기침체를 이유로 대출금의 일부를 탕감받는걸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여기에는 도덕적 해이 같은 문제도 생길 수 있고, 채무자의 탕감된 대출금은 결국 은행에 돈을 맡긴 저축자들이 부담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사회 전체에 위험 분산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으면 실행은 어렵다고 생각된다.
결국, "책임 분담 모기지" 를 하기 위해서는 채권자(은행)가 일정 부분 양보를 해야 되는데, 그렇게 할지는 의문이다. 그렇게 하지 않아도 대출을 받으려는 사람들은 많고, 정부에서도 경기 침체에 대한 대책으로 부동산 활성화 방안을 위해 각종 규제들을 없애고 있지 않은가. 정부가 국민들에게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라고 부추기고 있다고 생각되서 좋게 보이지 않는다.
현실적인 방안이라면 대출 시 신용평가(재산상태)를 엄격하게 하고, 정부가 내놓고 있는 부동산 활성화 정책과는 반대로 구매하려고 하는 자산 가격의 50% 이상은 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막아야 된다고 본다.
가벼운 책의 두께에 비해 경제학 모형과 각종 이론들, 통계 수치의 의미에 대한 해석은 경제학 전문가가 아니라 이해하기 어렵다. 경제학 교수인 아티프 미안, 아미르 수피 는 이 책에서 경제불황의 원인을 비합리적인 개인의 성향이 아니라 과학적 데이터로 분석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미래에 발생할 대침체를 막을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커다란 의미를 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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