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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폭풍의 언덕

by leeyj. 2007. 3. 9.

폭풍의 언덕 에밀리 브론테


 

 난 고전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지난번 채팅 도서였던 햄릿를 읽을 땐 너무 지루해서 중간에 집어던지고 싶은걸 겨우 참았다. 물론 세익스피어의 위대성을 부정하자는 건 아니다. 확실히 취향의 문제이므로, 희곡이라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일수도 있을것이다. 그런 경험 후 폭풍의 언덕은 그리 흥미롭게 다가오는 책은 아니었다. 얼마간은 채팅도서니까 의무감으로 읽어나갔다. 하지만 소설 속 화자 앨런록우드에게 워더링 하이츠에서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장면부터 정신없이 빠져들어갔다. 거기에 등장하는 히스클리프캐서린은 너무나 매력적인 인물이었고, 그들의 대화는 비록 욕설이 가득하고 교양과는 거리가 멀지만 자신의 감정을 너무나 솔직하게 드러내는 그들에게 호감이 가기 시작했다.

 

 어디서부터 왔는지 모르는 히스클리프그의 존재는 소설 내내 악마와 같은 본성을 지닌 남자로 표현된다. 하지만 난 여기에 동의하지 않는다. 마치 다른 세상에 사는것처럼 완전히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어쩌면 소설을 읽는 우리와 같은 정상적인 사고를 갖고 있는 앨런의 눈에 히스클리프가 악마로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평생 사랑을 해보지 못한 앨런의 눈으로는 젊은이들의 사랑이 모두 시덥잖은 행동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것이다. 사랑하는 캐서린을 얻기 위해 평생을 바쳐온 히스클리프’, 그가 이토록 사랑의 광기에 빠지게 된 건 무엇때문일까?  히스클리프캐서린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 것이다. 내면속 깊은 곳에 있어서 누구도 알지 못한 자신의 진정한 본성을 타인에게서 발견할 때의 놀라움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평생을 두고 사랑할 존재, 자신의 목숨보다 소중한 존재 라는 건 얼마나 낭만적인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이런 열정을 불태울 대상을 만나는 사람은 진정으로 행복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행운을 얻었음에도 히스클리프캐서린은 너무나 불행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폭풍 같은 사랑이 지나간 후 과연 무엇이 남았을까? 사랑하는 캐서린을 저 세상으로 보내고 평생을 그리워하다 그녀의 유령을 본 후 죽음의 세계로 이끌려 들어간 히스클리프의 생애를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캐서린을 죽음으로 몰아간 게 린턴가 라고 믿은 그에게 린턴가를 쫒아내고 차지하는 게 유일한 삶이 목적이었고, 그러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 너무나 나약하고 병약한 자식을 위협하는 그의 모습은 정말 끔찍했다. 그래서 린턴캐시를 결혼시키기 위해 감금시키는 극단적인 방법을 동원하고, 병약한 아들이 죽어도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한 그의 모습에서 분노를 느끼기도 했다. ‘히스클리프캐시헤어턴의 모습에서 예전에 캐서린에게서 보았던 자기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는 순간 놀라고 만다. 결국 평생을 통해 자신이 해온 복수가 아무런 의미가 없음을 느끼게 되고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다.

 

 생각해보면 사랑이란 두려운 것이다. 왜냐하면 사랑은 사람의 마음을 평온하게 내버려두지 않는다. 천국과 지옥을 넘나드는 감정의 혼란과 변화들, 이런 것들은 일상의 감정속에서 사람에게 당혹감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하다. 그래서 사람을 미치게 만들기도 하고, 질투에 눈이 멀게도 하며, 끊임없는 자기학대와 연민, 의심을 가져야만 하는게 사랑의 또다른 모습인 것이다. 그것은 사랑에 빠지지 않은 제3자의 눈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안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굳이 그런 위험한 사랑을 해야 하는 것일까? 만일 그 사랑이 자신을 파괴시킬 치명적인 독이라면 어떨까? 그런 모든 위험을 뛰어넘을 견고한 정신력을 가진다는 건 정말 힘든일이 아닐까? 나에게 있어 인생의 숙제라고 할 만한 일이 있다. 나를 미치게 만들고, 신경이 타버릴 만큼의 고통을 줄 수도 있는 열정적인 사랑을 하는 인생 과 아무런 고통도 없는 평온한 정신을 가지고 있는 그러나 사랑하는 사람 없이 고독하게 사는 인생 중 어느게 행복할까 하는 것이다. 너무 뻔한게 아니냐고 물을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열정적인 사랑이 식어버린 후에 서로를 증오하게 된다면 이보다 더 큰 비극은 없을 것이다. 난 아직도 모르겠다. ‘히스클리프캐서린을 처음 봤을 때 처럼 세상 어디에도 없는 똑 같은 나 자신을 만났을 때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


P.S.  이 서평은 2004년 2월 10일 작성했다. 독서모임에서 고전을 많이 읽게 된 건 좋은 일이었다. 사실 이 책은 고등학교 때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 이후로 거의 고전을 안읽다가 다시 읽었는데 생각보다 너무 좋았다. 고전은 현대 문학과는 달리 인간내면의 묘사와 세상에 대해서 진지한거 같다. 사실 아직도 고전에 대한 편견은 남아있다. 난 과거보다는 미래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문학보다는 자연과학 쪽으로 집착하게 되는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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