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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도쿄대생은 바보가 되었는가

by leeyj. 2007. 2. 28.

도쿄대생은 바보가 되었는가  by  다치바나 다카시

 

 

다치바나 일본에서도 다양한 분야에서의 저작활동으로 알려진 제너럴리스트 이다. 그는 일반인은 상상도 못할 정도의 교양을 쌓았는데, 참고하는 책을 진열하기 위해 고양이 빌딩 만든 이야기는 너무나 유명하다. 그는 잡지에 내용을 기고하기 위해서 엄청난 책을 읽는다고 한다. 예를 들어 뇌과학 기고한다면 서점에서 관련된 책을 모조리 사서 중요한 부분들을 독파한다고 한다. 그래서 분야에 대한 전문가가 되버린다는 것이다. 지식에 대한 그의 이런 진지함과 열정은 일반인들에게는 경외의 대상이 될지는 몰라도 선뜻 동의하기는 힘들다. 도대체 그렇게까지 해야 이유는 있는걸까. 도쿄대생은 바보가 되었는가 에서 그는 현재의 교육제도를 비판한다. 그의 비판의 근거는 대장성 교육현장에 대한 일방적인 지시로 인한 획일화와 주입식 교육으로 인해 개성없는 학생들이 사회로 나오게 됐다는 것이다. 그리고 대학에서 학생들을 유치하기 위해 입시시험을 쉽게 출제하면서 생긴 심각한 학력저하 현상이다. 다치바나 일본의 최고 엘리트들이라는 도쿄대 학생의 지적 수준이 형편없다고 탄식하고 있다. 그들은 교수가 가르쳐 내용만 기계적으로 받아들이고 자신의 머리로 생각할 능력을 잃어버렸다고 한다. 창의성은 사라지고 사회에서 출세할 수단으로 대학을 다니고 있다는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우리나라의 교육 현실도 이와 같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을 한국으로, 도쿄대를 서울대로, 대장성을 교육부로 치환하고 읽더라도 아무런 무리가 없을 정도다. 내가 고등학교를 다니던 90년대 초만 해도 학력저하 문제는 이슈가 되지 못했다. 당시에는 과목수가 거의 20과목에 이를 정도로 많았다. 지금 생각하면 과목은 필요없는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그렇게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그때 이후로 배운 기억이 없다. 그러다 대학입시가 다가오면서 ,, 위주로 수업이 진행되면서 체육, 미술, 음악 같은 예체능 과목들의 수업이 파행적으로 운영되기도 했다. 그리고 수험생들의 부담을 덜어준다고 하면서 입시시험을 상당히 쉽게 출제한 기억이 난다. 마지막 학력고사 세대로써의 부담은 지금도 잊을수 없다. 올해 떨어지면 내년에는 완전히 다른 수능시험 봐야 하는데 준비도 안된 상태에서 재학생에 비해 점수가 떨어질 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수험생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도입된 수능시험은 어떤 결과를 가져왔을까. 내가 대학을 다니던 때와 지금의 대학생들의 지적 수준을 비교한다면 어떻게 될까. 단순히 학력이 아닌, 교수한테 주입된 지식이 아니라 자신의 머리로 생각해서 논리를 전개하는 창의성 으로 평가해보자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지금에 이르러 대학은 취업을 하기 위한 학원으로 전락한지 오래다. 어떤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토론을 하거나, 넓은 교양을 쌓는 것들에서 커다란 의미를 발견하기 힘들다. 대학 졸업을 하기 위해서는 토익점수를 올려야만 한다. 모든게 취업을 위해 맞춰져 있는 이런 상황에서 수준 높은 교육을 받기란 기대하기 힘들다.

 

다치바나 주장은 이상적이다. 현재의 교육 제도 자체를 바꾸자는 것인데, 6-3-3 제에서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나누지 말고 연결시켜서 5년으로 끝내고, 대학에서의 2년간의 교양강의를 3년으로 늘려서 폭넓은 지식을 쌓고, 나머지 3년동안 대학원 수준의 수준높은 전문화 교육을 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입학하게 하지만, 대신 대학이 요구하는 학력수준을 갖추지 못한 학생은 주저없이 퇴출시키자는 것이다. 이미 서구에서는 그런 식으로 엄격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고 높은 지적능력을 가진 인재들이 사회로 공급되고 그것이 국력으로 연결된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대졸 실업자 문제도 지적 능력이 떨어지는 학생들을 마구잡이로 받아들인 대학에도 문제가 있는 것이다. 대학에 들어가면 첫학기에는 M.T, 동아리, 미팅, 같은 놀이문화에 흥청망청 논다. 강의실에서 성실히 공부하는 사람들을 비웃으며 대학은 자유로워야 하고 그것은 술을 얼마나 잘 마시는지에 따라 결정된다는 이상한 논리를 전개한다. 그런 대학의 낭만을 만끽하다보면 학업은 소홀해 지고, 어느 순간 아무런 목적도 없이 학교에 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어쩌면 이런 과정은 당연한 것일수도 있다. 고등학교까지의 끔찍한 입시지옥을 통과했다는 해방감에 긴장감이 사라진 것이고, 대학 때문에 그동안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억눌린 지난 세월들이 억울해서 그럴수도 있을 것이다. 생각해보면 지금의 제도는 너무나 비합리적이다. 고등학교까지의 획일화된 교육은 창의성을 없애고 남들이 하는 대로 따라가는 생각없는 인간을 양산해 왔다. 문제는 이런 교육이 대학에서도 여전히 되풀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토론수업 하려고 하면 학생들은 불편해 하고,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본다. 이건 누구를 탓할게 아니라 총체적인 교육제도의 실패의 결과이다. 그러고 보면 단순히 지적수준의 저하가 문제는 아니다. 왜냐하면 다치바나 세대와 현재 대학을 다니는 세대에서의 지식에 대한 패러다임은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솔직히 책의 후반부에서 다루고 있는 교양에 대한 다치바나 이야기는 광범위함과 깊이에 질려버리지 않을 없다. 지금의 세대에게 정도의 지식을 요구하는건 무리다. 중에서 공감이 가는건 현재 세대의 과학에 대한 무관심이다. 물리를 전공하지 않은 대학생에게 양자역학 이나 열역학 2법칙 같은 이야기를 하면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아예 그런 용어는 들어본적이 없다는 마치 외국어를 듣는 것처럼 생경한 표정을 짓는다. 생물학을 전공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유전자, 진화론 같은 이야기는 아예 관심이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는 과학에 대한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경우가 없다. 그에 비해 미국에서는 인공지능이나 뇌과학 같은 수준높은 책들도 베스트셀러 목록에 자주 들어간다. 그들에게는 자연과학 서적을 일반 소설 책을 읽듯 하는 것이다. 단순히 책의 어렵고 쉬움이 아니라, 자신만의 생각을 표현할 있는 능력에서 커다란 격차가 생기는 것이다.

 

  경우를 보자면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지만 분야의 깊이있는 지식을 쌓지 못했다. 그건 제도의 문제이기 이전에 개인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느냐를 따지는게 순서에 맞지만, 학기 동안 한권을 떼지 못할 정도의 형식적인 수업이 진행된다면 심각한거 아닐까. 학생수가 워낙 많아서 토론 수업은 생각도 못하고, 어떤 주제에 대해서 팀을 짜서 하면 소수의 학생들만 열심히 하고 나머지는 무임승차하는 경우고 많았고, 원서로 수업을 진행한 강의가 있었는데 대다수의 학생들이 해석도 제대로 못해서 책의 1/4 나가지 못하고 끝내야 했고, M.I.S 라는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진행하는 수업은 난해함과 생경함에 매번 당황해야 했다. 수업을 들으면서 내가 과연 대학에서 수업을 들을수 있을만한 지적 수준을 갖췄는지 의심을 하기도 했다. 그런 과정을 겪으면서 대학에서 깊이있는 지식을 쌓기 위해 필요한 교수의 일방적인 강의가 아닌 분야에 대해 흥미를 느끼고 공부할 수 있는 스스로의 의지가 있어야 한다는 걸 절실히 느껴야만 했다. 제목에서의 바보 문자 그대로 아무것도 할수 없는 지능이 떨어지는 사람을 말하는게 아니라 스스로의 머리로는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하고 교수의 일방적인 강의를 통해서만 지식을 얻을 있는 주입식 교육에 길들여진 사람을 말하는 것이다. 이런 사람은 사회에서 아무런 쓸모 없다. 그리고 지금 우리나라의 대학은 이런 바보 들을 일년에 십만명을 대량으로 양산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학이 성공을 위한 수단이 아닌 세상을 살아가기 위한 교양을 쌓기 위한 공간이 되어야 것이고 공부만이 아닌 다양한 가치가 존중되는 사회분위기가 만들어져야 것이다. 지금으로써는 그런 사회가 만들어지는건 불가능하다. 그러니까 유일한 해결책은 본인 스스로가 사회가 요구하는 지식을 쌓는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다치바나 논리에 공감을 하게 되는 강도에 비례해서 서글퍼졌다. 세상을 살기 위해서 어떤 지식이 필요하며 어떻게 공부해야할까.


P.S. 이 글은 2005.4.29일에 작성한 글이다. 사회가 필요로 하는 지식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하게 만든 책으로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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