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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데미안

by leeyj. 2007. 2. 28.

데미안주체의 탄생


 

 


 
끝내 인간이 되지 못한 채 개구리나 도마뱀, 개미 따위의 단계에서 그대로 죽어버리는 사람도 있고, 머리는 사람이지만 몸뚱이는 물고기인 사람도 있다. 그러나 근본을 따지면 모든 인간은 인간이 되도록 만들어진 것이다. 우리는 모두 같은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같은 신분의 존재이며 모두 다 같은 심연에서 기어나왔다. 그러나 한 사람 한 사람이 하나의 실험이며, 심연에서 던져진 것인 우리는 각자 자기만의 목표를 향해 노력한다. 인간은 서로가 이해할 수는 있다. 그러나 각자가 지니는 고유의 뜻을 아는 것은 오로지 본인뿐이다.

 

 <데미안>에서 다루고 있는 건 싱클레어 라는 한 인간이 보편적인 질서를 내세우는 외부세계를 거부하고 결코 환원할 수 없는 내면의 가치를 통해 주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해진 인생의 방향에 따라 별 다른 고민없이 편하게 살아간다. 타인을 진정으로 이해하기 보다는 자신의 편의에 따라 관계를 맺으며 단 하나만의 세계에서 살아간다. 표적을 가진 카인처럼 외부세계와 내면세계가 너무나 다른 사람은 타인과 교류를 맺지 못하며 두개의 세계에서 살아간다. 어린시절 부모님은 너무나 완벽해서 그저 순종하기만 하면 됐고, 스스로의 의지보다는 타인의 의지에 따라서 이끌려간다. 싱클레어 에게 일어난 사소한 사건, 사악한 외부세계를 상징하는 클로머의 위협에 의해 자신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를 깨닫는다. 주체성을 갖지 못한 개인이 감당하기에는 외부세계는 너무나 강하다. 데미안은 자신의 욕망에 충실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싱클레어 에게 그것은 너무나 어렵기만 하다. 정신적 자극을 주던 데미안이 떠나가자 싱클레어는 심한 방황을 하게 되고 악마의 세계에 자신을 내던지고 고독과 우울한 나날을 보내게 된다. 그런 것들이 전혀 위안을 주지 못하고 인생을 자포자기 하는 단계에 이를 때, 베아트리체 라는 여자를 만나게 된다. 하지만 정신적 교류가 아니라 상상한 이미지로만 존재하는 그녀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낄 수 없다. 꿈 속에서 봤던 어머니를 닮은 여인, 욕망의 정체를 알지 못해 불안에 빠져버린다. 그리고 절망에 잠길 때마다 나타나는 데미안은 모든 것을 이해하는 듯한 표정으로 싱클레어를 위로한다. 새로운 지식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그에게 피스토리우스 가 나타난다. 알고 있던 지식들을 전달하지만 싱클레어는 만족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외부세계와는 도저히 타협할 수 없는 내면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천성적으로 편안함과 안정을 거부하고 자신의 내면 속으로 침잠해 들어가던 그에게 꿈에서 본 여인이 나타난다. 그녀는 바로 데미안의 어머니, 에바는 싱클레어를 한 눈에 알아본다. 고통에 빠진 그를 구원하기 위해 이끌어 왔던 것이다. 데미안은 싱클레어는 세상 사람들과 도저히 어울리지 못하는 카인의 표적을 가졌다고 말한다. 세상의 종말은 다가오고 있으며 그걸 통해 전혀 다른 새로운 세상이 태어날 것이라고결국 유럽에는 전쟁이 터지고 데미안과 싱클레어는 입대를 결정하게 된다.

 

그러나 나는 그때 간단한 방법을 알고 있었어. 나는 매번 그의 눈을 똑바로 바로보았지.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것을 견디지 못하지. 사람들은 모두 불안해지거든. 만약 네가 누구에게 무엇인가를 하려 든다면 갑자기 그의 눈을 응시하여 그가 전혀 불안해하지 않으면 그 일을 포기하도록 해. 그에게 너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는 거야! 그러나 그것은 매우 드문 일이야. 나는 사실 그 방법이 소용없는 사람을 단 하나 알지.

 

데미안의 존재는 왠지 섬뜩하다. 카인과 아벨에 대한 해석을 통해 신의 세계에 반대되는 악마의 세계가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자신의 욕망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고 말한다. 기존의 질서를 파괴하고 사람들에게 알 수 없는 불안을 안겨준다. 감히 대적하지 못하고 타인을 자신의 의지에 따라 움직이는 그에게서 악마적 힘을 느낀다. 그러면서 주체성을 갖지 못한 고통받는 영혼을 치유하기도 한다. 다가올 전쟁을 통해 세상의 종말을 예언하는데 이것은 정신적 사유 대신 향락에 빠져들어서 혼을 잃어버린 유럽문명이 새로 태어나야 된다는 메시지라고 보여진다. 인간다움이란, 태어나면서 저절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고뇌와 사유를 통해서 주어지는 것, 그것을 얻는 길은 마치 수행을 하는 사람과 같이 많은 것을 포기해야만 하는 것이다. 기성세계의 질서에 순응하는 대신 개성에 따라 살아가는 것, 그런 과정이 힘들고 고통스럽더라도 주체성을 갖고 살아가는 삶 만큼 가치있는 건 없다.


P.S. 이 글은 2004.9.3일에 작성한 글이다. 생각보다 어렵게 읽은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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