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네시 - 아멜리 노통
몇 십년을 살면서도 자신의 진정한 모습에 대해서 인식하지 못하고 알지 못하는 낯설음에 당황하는 경우가 있다. 인간은 환경의 지배를 받는데, 언제나 예의와 격식을 갖추는 사람들 속에 살다가 그렇지 않은 사람을 만나게 되면 누구나 당황하는 법이다. 그런데 그런 자신의 나약함에 스스로 위축된다면 상황은 더욱 나빠지게 된다. 오후네시 는 사소한 하나의 사건을 통해 내면의 변화를 겪게 되고 진정한 자아를 찾게 되는 에밀이라는 한 노인의 이야기이다. 여기서 벌어지는 사건이라곤 이웃인 베르나르댕 이라는 사람의 지속적인 방문 뿐이다. 마치 시계처럼
베르나르댕이 에밀의 집을 방문한 이유는 무엇일까? 인생에서 아무런 즐거움도 없고 병든 아내가 있고, 지루한 일상이 되풀이되는 그에게 이웃에 이사 온 에밀은 어떤 의미였을까? 한번의 방문으로 자신이 배척당하지 않자 그는 똑 같은 행동을 되풀이한다. 자신의 감정조차 표현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타인의 감정을 배려할 수 있을까. 이토록 철처하게 감정이 메마를수 있다는게 가능할까. 그러기에 타인의 행복을 파괴하는게 가능하겠지. 그가 끊임없이 에밀을 방문한 것은 호기심의 대상이거나 일상의 지루함을 잊기 위한 행동이라기 보다는 단순히 괴롭히고 불행을 안겨주려고 했다는게 맞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의 인생은 너무 끔찍하지 않은가. 그런데 베르나르댕은 사실 살인자나 흉악범은 아니다. 단순히 타인의 기분을 상하게 했다는 이유로, 또는 인생을 아무 가치도 없이 산다고 해서 그것 때문에 죽음에까지 이르게 하는건 좀 심했다. 어쩌면 그건 인간이 절대적으로 믿고 있는 가치관에 대한 조롱의 의미는 아닐까.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인생에 대해서 생각해 봤다. 가치있는 삶, 즐거움을 맛보기 위해서 필요한건 어떤 것일지에 대해서 그리고 타인에 의해서 변하지 않는 주체성에 대해서 말이다.
P.S. 이 서평은 2004년 4월 30일에 작성했다. 아맬리 노통의 소설이 재미있다는 말을 듣고 읽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었다. 주인공의 심리묘사가 너무 치밀해서 흥미로웠다. 사람과 사람사이의 소통의 문제와, 습관이란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 인간성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 소설이었다. 이 책은 구입한건지, 빌린건지 모르겠는데 지금 찾아보니 집에 없다. 이사하면서 없어진 거 같다. 이사하기 전에 분명 잘 챙긴거 같은데 지금 찾아보니 없어진 책들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