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철학하기 (개인의 정체성)
난 자주 이런 생각에 빠져든다. 지금의 나는 어디서 왔으며 어디로 가는 것일까. 먼 과거에도 나의 존재가 있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리고 내가 죽은후에도 영혼은 사라지고 않고 다른 신체에서 계속 영생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나를 구성하는 가장 작은 단위인 원자는 내가 태어나고 앞으로 죽는다고 해도 결코 없어지는 일이 없을 것이다. 그것은 나의 후손을 통해서 계속 살아남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나하고는 완전히 다른 개체일 뿐 나 자신은 아니겠지만. 내가 관심있는 건 내가 지금까지 쌓아온 경험과 지식 그리고 기억들이 죽음을 통해 사라질 것인지에 대해서다. 신체는 사라지는게 당연하지만 영혼은 어떨까. 난 나의 의식이 사라진 무(無)라는 개념을 도저히 상상할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사후 세계를 믿는다. 하지만 사후의 자아와 지금의 자아를 어떻게 동일하게 유지할 수 있을지의 문제에 대해서는 쉽게 대답을 하지 못하겠다. 유전자는 인간의 삶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오랜 시간 존재하지만 그것은 영혼이 없다. 그저 분자 덩어리에 불과한 것이다. 스스로의 존재를 인식하는 능력, 현재의 상황에 대한 의심은 의식을 지닌 사람만이 가능한 것이다. 내가 다시 태어난다면 과거의 나를 기억할 수 있을까. 지금의 나는 과거의 나를 인식하지 못한다. 그런게 아예 없었던지 아니면 기억을 못하든지. 어쩌면 사후세계가 실제로 존재하는지 여부보다 지금의 내가 사후세계가 존재한다고 믿는게 더 중요할지 모른다. 자아의 동일성도 내가 그렇게 믿어버리면 그만이다. 신체의 경우라면 눈으로 확인하면 되지만 내면의 세계는 관찰하는게 불가능하다. 그래서 정리하자면 사후세계는 존재하고 지금의 나와 신체나 기억은 다르지만 영혼은 변하지 않았다고 보기 때문에 나의 존재는 영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리학자 로저 펜로즈에 의하면 인간의 몸을 구성하는 원자와 벽을 구성하는 원자는 같다고 한다. 세상이 모든 구성물질은 동일한 원자로 구성되고 서로 바꾼다고 해도 아무 문제없이 움직인다고 한다. 이 책에서 논증의 근거로 내세운 자동차의 경우 핵심이 되는 부품이라면 엔진일 것이다. 엔진을 바꾼다면 다른 차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 인간의 예를 들자면 현재로썬 가능하지 않지만 뇌손상을 입은 사람의 뇌를 죽어가는 사람의 뇌로 교체를 한다면 어떻게 될까. 뇌는 신체의 다른 기관다는 전혀 다르다. 인간이 감정을 갖고 지식을 쌓을 수 있는건 뇌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라면 다른 사람으로 바꿨다고 해도 되지 않을까. 그렇다면 뇌손상을 입은 사람은 건강한 뇌를 받아서 정상적으로 살아가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 사람의 뇌는 신체에서 사라졌고 다른 사람의 기억으로 살아가게 될 것이다. 죽어가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자면 그는 다른 신체에 들어가서 그동안의 기억을 갖고 살아가게 되겠지. 신체의 모든 부위를 교체해도 여전히 같은 사람일까 하고 묻는다면 회의적이 될 수 밖에 없다. 다른 건 몰라도 뇌를 교체한다면 다른 사람으로 봐야 한다.
자아 정체성을 유지하는건 기억할 수 있을 때 까지 라고 한다면 어제의 일을 기억할 수 없다면 지금의 나와 다른 사람이라고 봐도 되지 않을까. 물론 그런 일들이 흔하게 일어나지는 않지만 술에 취해서 그 전날의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거나 전향성 기억상실증 처럼 10분밖에 기억하지 못한다면 그런 경우라면. 하지만 그런 경우라도 그 사람의 본질은 간직하고 있다. 난 정체성에 대한 이론중 영혼 동일성을 선호한다. 기억이 사라진다고 해도 본능은 남아있다고 보기 때문에. 비논리적이긴 하지만 인간은 생명체 중에서도 존엄성이 있다고 믿는다. 단기적으로 기억할 수 없어도 나의 존재는 확고히 의식하고 있다. 나라는 의식이 없다면 도대체 어떻게 신체를 움직일 수 있을까. 인간은 의식이 없는 기계와는 다르다.
P.S. 이 서평은 2005년 7월 27일에 작성했다. 매트릭스, 토탈리콜 같은 SF를 통해 자아의 정체성과 회의주의에 대해서 설명한 책인데 상당히 흥미있는 책이다. 당시 독서모임에서도 재밌는 토론을 한 기억이 난다. 확실히 철학은 생각할 거리를 많이 준다. 요즘은 책을 읽어도 같이 이야기할 사람이 없다. 책을 읽고 사고의 발전을 이루어야 되는데 어느 시점에서 끝나버리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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