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전위문학은 불온하다" "모든 살아 있는 문화는 본질적으로 불온한 것이다. 그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문화의 본질이 꿈을 꾸는 것이고 불가능을 추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 클래식 음악에 대한 느낌은 세련되고 교양을 쌓기 위한 목적으로 들었던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클래식을 고전이 아닌, 당대의 시대상이 반영으로 나온 결과물로, 작곡가 개인이 아닌 근대라는 역사가 갖는 특수성으로 설명한다. 그래서 정작 주인공인 작곡가의 개인적인 에피소드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
저자는 클래식 300년 역사에서 가장 빛나는 인물로 베토벤을 꼽는다. 그럴수 밖에 없는게 그의 음악이 청각상실과 납중독으로 인한 두통으로 엄청난 고통을 겪었으면서 창작을 멈추지 않았으니, 나 같은 일반인이 보기에는 초인이라고 밖에 생각이 들지 않는다. 어렸을 때도 그의 "운명" "합창" 교향곡은 곡의 웅장함으로 놀라움을 주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그의 음악이 후대 히틀러 치하에서 독일의 위대함을 상징하는 의미로, 히틀러의 생일에 푸르트뱅글러에 의해 연주되었다는 사실은 흥미있었다.
책의 구성이 상당히 특이한데 박스 형태로 작곡가의 대표적인 음악을 설명하는데, 정말 듣고 싶어진 음악이 있다. 브람스의 교향곡 4번 소개에서 "음악평론가 강헌은 이 <교향곡 4번>을 듣기 위하여 '독서백편의 자현'이라는 신념 아래 식음을 전폐한 채 쉬지 않고 듣기 시작하여 24번째 반복하는 지점에서, 기막힌 아름다움에 도달한 적이 있다고 했다." 정말 표현이 기가 막히지 않은가. 이쯤 되면 궁금해서라도 듣고 싶어진다.
클래식 300년 역사를 빛낸 12명의 작곡가, 후반 2개의 장은 19세기 말에서 20세기 말까지 여러 작곡가와 지휘자를 다루고 있는데, 이 부분은 전문가가 아니고는 잘 모르는 부분이 아닐까 한다. 스튜디오 시대의 카라얀에 대한 평가도 재미있다. 그리고 나찌에 동조했던 예술가들에 대해서도 나오는데, 히틀러 생일에 베토벤의 합창을 지휘한 푸르트뱅글러, '나찌와 일한 유일한 여성' 리펱슈탈 에 대해서 비록 이들이 나찌 몰락후 사면 복권이 되었지만 이들이 정말 몰랐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한다. 차라리 일제 치하에 친일 행적을 남긴 서정주가 "일제가 한 500년은 갈 거라고 믿었지" 하고 에둘러 변명하는게 더 솔직한 게 아니냐 면서 말이다.
교양으로서 클래식이 아닌 당대 시대와 불화하면서 정신적 고통을 이겨낸 작곡가들의 노력의 결과물로 이 책에 인용된 모든 음악을 듣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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