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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DNA : 생명의 비밀

by leeyj. 2007. 3. 11.

DNA : 생명의 비밀  by  제임스 D. 왓슨

 

 

과거에는 새로운 과학적 발견에 대해서 기대와 희망을 가졌지만 지금은 그러한 발견들이 얼마나 위험한가 또는 이해하지 못하는 신기술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게 되는 경우가 많다. DNA에 대해서는 그러한 정도가 더 심하다. 뉴스에서 인간복제라는 단어가 나오기만 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거부감을 가진다. 그러한 태도는 과학적이지 않다. 그것이 의미하는 것이 정확히 어떤것인지 모른 상태에서 대중언론의 표피적인 기사를 통해 스스로 비관적인 전망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우린 DNA가 어떤것인지 정확히 알아야 한다. 왜냐하면 눈에 보이지 않는 분자덩어리에 불과한 DNA가 인류의 미래를 바꿀 것이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우리 인류를 오래전부터 괴롭혀왔던 유전병을 치료할 강력한 도구가 될 것이기 때문이고, 사회에서 일어나는 범죄행위를 근절해주고, 저개발국에서의 식량문제의 해결책을 제시해 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인류의 과거를 통해서, 우리를 다른 종과 분간해주는 요소는 무엇인지를 통해 인류의 본성을 파악할 단서를 제시해주고, 지금 이 순간 이 글을 쓰고 있는 나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 단순히 천성과 양육의 이분법으로만이 아닌 눈으로 보여지는 외관상의 특징만이 아닌, 성격이나 행동이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특징들의 모습을 파악함으로써 미래에 좀 더 나은 나 자신을 만들어 갈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문학이나 영화를 통해서 그 속에 존재하는 다양한 인간들의 모습을 지켜봄으로써 인간성의 본질을 파악할 수 있다면 우리 내부에 숨어있는 분자(유전자) 를 통해 우리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보는것에 무관심하거나 두려움을 가져서는 안 될 것이다.

 

 

DNA 이중나선 특별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것은 혁명이라고 불려야 한다. 1859년 다윈이 종의기원을 통해 진화론을 주장하면서 인간은 신이 만든 영혼이 있는 우아한 존재에서 동물의 수준으로 전락해 버렸다. 그렇다, 인간은 500만년 전에 침팬지로부터 분리된 털 없는 원숭이에 불과했던 것이다. 이 당시 사람들은 자신들이 원숭이의 후손이라는 사실을 도저히 받아들일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인간은 다른 종과 다른 의식을 지니고 있었고, 여전히 만물의 영장이라는 지위는 흔들리지 않았다. 1944년 슈뢰딩거는 생명이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발표하게 되는데, 여기서 그는 생명을 분자수준으로 해명할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제시한다. 그리고 생물학적 정보를 전달하는 매개체로 염색체를 지적하고, 그것은 압축된 암호 형태로 전달될 것이라는 예언을 한다. 왓슨, 크릭, 윌킨스, 프랭클린 같은 훗날 분자생물학에 커다란 기여를 하게 될 과학자에게 커다란 영감을 주게 된다. 그 후 9년 후 왓슨과 크릭은 20세기 과학사에서 가장 커다란 발견이라고 할 DNA 이중나선을 발견하는 영예를 누리게 된다. 그것은 생명에는 과학으로 해명되지 않는 신성한 요소는 전혀 없다는 것이고, 인간의 운명은 눈에 보이지 않는 분자(유전자)에 의해 정해진다는 선언인 것이다. 지금의 관점에서 보자면 아직 생명의 비밀은 완전히 밝혀진 것은 아니다. 우선 생명의 기원에 관해서는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 가능성있는 가설들은 몇 개 있지만 진실과는 거리가 멀다. 그리고 의식이 어떻게 생겨났으며 그것이 어떤식으로 인간의 행동을 지배하는지에 대해서는 실마리도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인간은 100조개 넘는 세포가 있으며, 각각의 세포핵 안에는 23쌍의 염색체가 있다. 염색체는 엄청나게 긴 DNA 이중나선으로 감겨져 있다. DNA에는 A(아데닌), T(티민), G(구아닌), C(시토신)이라는 4개의 염기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것이야말로 슈뢰딩거가 예언한 압축된 암호인 것이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이중나선에서 A, T, G, C 염기는 리보솜에서 형성된 전령RNA 에 의해서 3개씩 묶여져서 단백질을 형성하는 재료로 쓰이게 된다. 3개씩 묶여진 염기들을 유전자라고 하는데, 이것은 전령RNA 을 통해서 단백질을 구성하는 20가지 아미노산 중에 하나로 번역되게 된다. 이런과정 으로 만들어진 단백질을 통해 우리 몸의 신체상의 모든 변화를 일으키는 마법을 일으키게 된다. DNA는 생명의 정보를 담당하고, RNA DNA와 단백질 사이를 연결시키는 매개체이고, 단백질은 DNA의 정보를 번역해서 실제로 기능을 수행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런 지식은 우리 몸이 어떤식으로 만들어졌고, 움직이는 지에 대한 매커니즘을 파악하게 함으로써 그 전에는 상상도 할수 없는 인식의 전환을 가져왔다.

 

 

과학의 프랑켄슈타인

 

 1950년대가 되자 실험실에서 인공적으로 DNA를 만들어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자연에 존재하던 바이러스를 인공적으로 제작할 수 있게 되자, 사람들은 우려에 찬 시선을 보내게 된다. 1975년 애실로마 회의에서는 재조합DNA 가 가져올 위험에 대해 각계의 전문가들이 토론을 벌이게 되는데, 그 결과로 포유류에게서 재조합DNA를 추출하지 않으며, 인간에게는 위험성이 완전히 검증되기 전까지는 어떤 실험도 하지 않는다는 공동선언을 발표하게 된다. 사실 지금도 우리가 DNA에 대해 갖는 인식은 TV나 영화에서 보여주는 비관적이고 두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몇 년 전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X-FILE 역시 그런 인식에서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한다. 어느 마을에서 밤마다 녹색의 괴물이 나타나는데 처음에는 외계인이라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정부에서 비밀리에 인간의 DNA를 조작하는 실험의 결과로 그런 괴물이 만들어졌다는 스토리를 보면서 여전히 사람들은 DNA에 대해서 편견을 갖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쥬라기 공원의 설정은 공룡의 피를 빨아먹은 모기로부터 DNA를 추출해서, 그걸 통해서 현대에 공룡을 부활시켰는데, 엄청난 재앙이 일어난다는 스토리를 통해 발전된 과학이 불러 올 피해를 부각시키고 있다. 우리의 삶을 과학을 빼고 애기할 수 있을까. 비행기부터 핸드폰에 이르기까지, 어디에서도 그것을 벗어날 수 없다. 비관적인 사고방식은 일어나지도 않는 사고에 대해서 걱정하고 스스로 확대재생산한다. 그런 것이 단순히 개인적인 문제라면 상관할 필요는 없겠지만, 사회에 영향을 미칠수 있는 지도급 인사가 그런 사고방식을 갖는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70년대 벨루치 시장은 DNA에 대한 잘못된 편견으로 그 지역의 유전자 실험들을 규제함으로써 몇 년간 과학의 발전을 중단시켰다. 거기에 대중언론들은 온갖 자극적인 제목들을 통해 이러한 대중들의 극심한 편집증을 가중시키는 역할을 하게 된다. 검증되지도 않고 실제로 일어나지도 않는 위험 때문에 DNA을 통해 수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건 너무나 불행한 일이다.

 

 

생명공학   이중나선에서 황금나선으로

 

 이중나선이 발견되고 20년이 지나면서 DNA는 순수하게 실험실에서 연구하는 분야에서, 거대한 돈이 오가는 산업으로 발전한다. 재조합DNA는 모은 것을 바꿔놓았다. 그 전에는 당뇨병, 소인증, 루게릭병, 관절 류머티즘 같은 병에는 약물치료밖에 없어서 거의 완쾌될 희망이 없었지만, 이때부터 해당 유전자를 찾기 위한 경쟁이 시작된다. 당뇨병에 치료할 수 있는 인슐린을 개발하기 위해 생명공학 회사들은 인간의 유전자를 찾아내기 시작한다. 인간유전체계획의 목적은 23쌍의 염색체에 있는 DNA 염기 31억쌍의 위치를 파악해서, 인간을 괴롭혀왔던 유전병들을 치료하고, 인간의 진정한 모습을 알고싶은 순수하고 철학적인 목적으로 시작했지만, 상업적으로 이용하고자 하는 회사들 때문에 변질되고 만다. 그들은 자신들이 발견한 유전자들이 정확히 어떤 것인지도 모르면서 무조건 특허를 낸다. 일단 권리를 확보하고 엄청난 이익을 얻겠다는 계산인 것이다. 당뇨병을 치료할 수 있는 인슐린을 생산하는 제네텐사, 암을 억제하는 유전자를 발견한 듀퐁사, AIDS 에 저항성이 있는 유전자를 발견한 HGS 같은 회사들은 그것이 진정으로 이해하는게 어떤것인지도 모른면서 막대한 상업적 이윤을 위해서 특허를 신청한다. 지금 이 순간도 병으로 고통받는 수많은 사람들이 비싼 약으로 치료를 못받고 있는 현실을 생각하면 분노가 치밀어오른다. 유전병은 그 자체로 끔찍하다. 완치되는 경우는 없으며, 고통을 완화시키거나 생명을 연장시키는 것이 고작이다. 너무나 비싼 약값 때문에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공공의 재산인 유전자에 대해서는 특허기준이 좀 더 엄격해야할 것 같다. 그래서 유전자를 통해서 이익을 챙기려는 사람들이 없어지길 바란다.

 

 

유전적 프라이버시

 

 영화를 보면 죄를 짓지도 않았는데 억울하게 감옥에 갇히는 경우가 있다. 아무리 자신의 무죄를 호소해도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영화가 아닌 현실이라면 어떨까? 자신이 저지르지도 않는 범죄에 대해 몇 십년을 감옥에서 보내야만 한다면 그 사람의 인생은 무엇으로 보상할 수 있을 건인가. 인간의 불완전한 수사기법에 혁신을 안겨줄 방법이 개발되었다. 제프리스는 인간 DNA 중에서 단백질로 번역되지 않는 정크DNA가 지문처럼 개인을 구별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그 후 법정에서 DNA는 결정적인 증거로 활용되었고, 이미 오래전에 끝난 미해결 사건도 해결하는 능력을 발휘하게 된다. DNA 분자는 굉장히 안정적이다. 그것은 100년전에 죽은 사람일지라도 남아있는 DNA 조각을 통해 그 사람의 신원을 파악할 수 있을 정도다. 이처럼 DNA가 범죄해결에 중요한 요소라는게 밝혀지자, 정부에서는 감옥에 갇힌 범죄자들에게 강제로 DNA 샘플을 받게 된다. 그걸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면 나중에 범죄사건이 일어났을 때 DNA를 대조함으로써 쉽게 범인을 체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사회전체로 DNA 지문 분석을 확대시키자는 것이다. 이런 논의에는 몇 가지 문제가 있다. 우선 범죄자의 경우를 보자면, 사회전체의 안전에 위협을 주는 그들의 DNA를 채취해서 범죄율을 낮추겠다는 발상 자체는 좋지만, 그런 논리는 낙인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그러니까 한번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언제까지나 국가의 감시를 받게 된다는 것이다. 살인, 강도, 강간 같은 중범죄자은 그런 조치가 당연하지만,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 예를 들어 집이 가난해서 먹을게 없어서 빵을 훔치거나, 사소한 이유로 길거리에서 싸운 사람들까지 강제적으로 DNA 샘플을 채취한다면 그 사람이 나중에 사회로 나왔을 때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상황은 일반인이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 않다. 나의 유전자에는 엄청나게 많은 정보가 들어있다. 거기에는 나의 신체적인 특징들을 포함해서, 내가 앞으로 헌팅턴, 알츠하이머, 낭포성 섬유증, , 당뇨병 같은 유전적으로 나타날수 있는 병에 걸릴 확률이 얼마인지, 지능이 얼마이고, 정신분열증이나 조울증에 걸릴 확률이 얼마큼 되고, 공격성을 나타내는 모노아민 산화효소가 얼마나 되는 지에 대한 정신적인 정보까지 포함되어 있다. 그런 정보들을 통해 취업이나 결혼을 할 때 불이익을 받을 지 모른다는 생각은 지나친 상상력일까? DNA 샘플을 사회적으로 보관하고 있다면 범죄의 위협에서는 확실하게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아무리 친한 친구에게도 모든걸 애기하지는 않는 법이다. 그 누구에게도 말하기 싫은 프라이버시를 어쩌면 나 자신도 미처 알지 못한 정보를 신뢰할 수 없는 국가의 공무원에게 선뜻 내 줄수는 없는 것이다. 왓슨은 순수한 과학자로서의 열정으로 DNA를 통해 깨끗하고 안전한 사회가 만들어질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이러한 내용을 주장하고 있지만 세상 모든 사람이 그렇게 순수한 건 아니지 않는가.

 

 

무엇이 인류를 특별하게 했을까?

 

 DNA분석은 진화론이 옳다는 것을 증명했다. 호모 사피엔스는 500만년 전에 침팬지에서 분리됐고, 네안데르탈과 크로마뇽인의 공통조상인 호모 에렉투스는 200만전에 존재했다. 그 후 아프리카로 이주해 온 현생인류의 조상들은 15만년 전부터 각 대륙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우선 인류와 침팬지의 유전자 차이는 1%에 불과하다. 그것은 침팬지와 고릴라의 차이보다 더 적다. 그 반면에 유전자 차이에 비해 행동의 차이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현생인류는 5만년 전에 갑자기 문명화가 되었다고 한다. 난 어릴때부터 인간이 지금처럼 지능을 갖추고, 문화를 만들어낼 능력은 외계인으로부터 받았다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몇 만년전에 외계인이 지구를 방문하고, 유인원과 다를 바 없는 미개한 인류를 발견하고 교배실험을 통해서 그 전과는 전혀 다른 인류가 됐고, 그것은 그동안 같이 공존해오던 네안데르탈인을 멸종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논리를 전개한 적이 있었다. 고등학교때 친구들에게 이런 애기를 하면 놀림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왓슨은 그런 갑작스런 변화를 초래한 것은 언어를 담당하는 유전자가 생김으로써 가능하게 됐다는 논의를 전개한다. 사실 현재로써 그거말고는 달리 설명할 게 없긴 하다. FOXP2는 문법유전자라고 하는데, 이것의 아미노산 구조는 지구상의 어떤 동물과도 다르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거의 맞다고 봐야하는데, 도대체 왜 이런 유전자가 생겼는지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현생인류는 분자적 수준에서 보자면 겨우 15만년 밖에 되지 않는다. 기간이 너무 짧기 때문에 진화가 일어날 시간적 여유는 없었을 것이다. 사실 우리 인간은 개개인의 유전자 차이가 다른 종에 비해서 헐씬 적다. 차이가 일어날수 있는 요인이라면 자연선택밖에 없다. 그렇다면 5만년전에 인간에게만 언어에 대한 유전자가 생기게 한 자연선택은 어떤 것일까? 인간은 다른 동물에 비하면 근육을 비롯한 신체가 너무나 약하다. 이런 열악한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무기를 만들고, 불을 발견하고, 강한 적과 싸우기 위해 공동으로 대항하는 과정에서 서로에게 의사소통의 필요를 느끼게 하는 자연선택의 압력에 의해서 언어를 발견하게 된 게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해본다. 근데 내가 궁금한 건, 의식과 언어 중에서 어느것이 먼저 생겼을까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똑 같은 상황을 맞이했을 다른 종들은 왜 언어가 생기지 않았을까? 아마 이것의 진실은 영원히 풀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생명의 기원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유전자의 윤리적 관점

 

 유전학의 목표가 인류의 오랜 적인 유전병을 고치는 것이라고 했다. 인간유전체계획을 통해, 우리는 35,000개에 달하는 유전자의 위치를 파악했다. 헌팅턴 병은 부모에게서 유전되는 대표적인 유전병이다. 한 번 걸렸다고 확인되면 그 어떤 방법을 동원해도 이 병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것은 생활습관이나 음식과 같은 환경과는 전혀 상관없는 100% 유전자에 의해 일어나는 병이다. 오랜 동안의 필사적인 연구를 통해 헌팅턴 병을 일으키는 유전자의 위치를 파악했고, 그 이유도 알았지만 결정적으로 진단만 할수 있지 치료는 하지 못한다.  이런 경우 가족이 이 병을 앓고 있는 사람이 자신도 걸렸는지를 확인하는 경우, 솔직하게 대답해줘야 하는 문제가 있다. 만일 내가 그런 병에 걸렸고, 그 사실이 확인된다면 너무나 두려워서,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불가능할 것이다. 정확히 20년 후에 그 병으로 인해 죽게되고, 10년 후부터 증상이 시작된다면, 하루하루가 절망에 싸인채 보내게 될 것이고, 감당하지 못하고 죽음을 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차피 당분간 치료의 가능성이 없다면, 발병할때까지의 시간만큼은 마음 편하게 살게 해주는게 낫지 않을까. 나에게는 그 편이 행복할 것이다.

 

 취약 X염색체, DMD, 낭포성 섬유증 같은 병에 걸릴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임산부는 아이를 임신하면 검사를 받아야 한다. 이런 병은 흔하지는 않지만, 자손에게 유전되는 병이기 때문이다. 검사결과 아기가 유전병 인자를 가지고 있다면, 산모는 어떤 결정을 해야할까? 사실 이것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 왜냐하면, 현재 기술로 치료하지도 못할 병을 가지고 있는 아기가 앞으로 너무나 힘든 삶을 살게 뻔하기 때문이다. 더 기술이 발전해서 수정되서 하나의 세포만 가지고 있는 아기의 유전자를 개선할 수 있다면 어떨까? 유전적 결함은 정상적인 DNA조각을 삽입하는 것으로 끝나고, 더 나아가서 아예 완전한 염색체로 교체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부모는 자식에게 많은 기대를 갖는 법이니까. 원래의 유전자는 지능이 떨어지고, 우울증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고, 공격적인 성향을 지녔지만, 염색체 전체를 완전하게 바꿀수 있다면 그래서 뛰어난 인간이 될 수 있다면 그걸 마다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그런데, 이런 염색체교체에 엄청난 돈이 들어간다면, 이제 부자들은 태어날 때부터 완전한 유전자를 가질수 있게 되는 것이고, 대대로 우월한 지위를 가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아직까지는 공상영화에나 나올법한 애기지만, 현재의 기술 발전속도로 볼 때 그런 상황이 되는게 그리 멀지 않았다. 그런 선택의 순간이 온다면 인류는 유전자 카스트로부터 자유로울수 있을까?

 

 

천성인가 양육인가?

 

 유전자에 대한 내용 중 가장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건 우리는 유전자와 환경 중 어느것의 지배를 받는냐는 것일 것이다. 다윈의 사촌인 골턴은 유전자는 겉으로 보이는 신체의 특징뿐 아니라 행동까지도 지배한다고 생각했다. 빅토리아 시대에는 다윈의 자연선택이 동물한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사회에도 적용된다고 생각했고, 그런 논의는 우수한 인간끼리 교배해서 더 뛰어난 인간이 태어날 수 있다는 것으로 발전했다. 이것은 미국으로 건너가면서, 열등한 인간 살인, 강도, 강간, 정신박약 들의 아이들은 태어나지 못하게 하는 산아제한으로 이어지고, 이런 식으로 열등한 인간들을 없애나가면 인간사회는 좀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변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기에 이르게 된다. 미국식 소극적 우생학은 독일로 건너가서 나찌가 정권을 잡게 되면서, 정신병원에 감금된 사람들을 살 가치가 없다고 간주하고 가스실에서 죽이고, 유대인들을 열등한 민족이라는 이유로 대량학살을 하는 논리를 제공하면서 비극으로 끝나게 된다. 우생학은 너무나 많은 폐해를 안겼고, 훗날 천성이냐 양육이냐 의 논쟁에서 양육으로 기울게 하는 원인을 제공한다. 그런데 행동주의라는 심리학파를 창시한 존 왓슨은 백지상태(tabula rasa)라는 개념을 통해서 극단적으로 양육으로 치우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현재는 다시 천성쪽으로 추가 기울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나의 본성이 태어날 때부터의 유전자에 상당부분 새겨져 있다면 이러한 사실에 두려움을 느껴야 할까?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를 거치면서 나를 사로잡아온 한가지 생각이 있다.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다른 사람앞에서 애기를 하지 못하는 소극적인 성격, 누가 조금만 뭐라고 해도 금방 의기소침해 지고, 조그만 일에도 과도한 신경을 쓰고, 활달하지 못한 나 자신이 너무 싫었다. 난 지금까지 그걸 환경탓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럼으로써 나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보지 않을려고 한 것이다. 그게 정말 환경탓이라면 난 지금까지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무기력하게 살아왔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그런 사고방식은 변하지 않았는데, 유전자에 관심을 가지면서 이러한 성향은 나 자신이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본성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면서 사고의 전환의 일어나게 된다. 그러니까 인간의 행동 중 충동을 담당하는 유전자가 도파민 수용체라는 단백질을 만들고, 이것이 세로토닌이라는 뇌의 신경체계에 영향을 끼치는 화학물질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이것의 수치가 높아지면 활동적이고, 새로운 일에 대한 호기심이 넘치지만, 수치가 낮아지면 소극적이고, 아무것도 안하고 집에만 있을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내 성격이 소극적인건 세로토닌의 수치가 낮아진 결과로 인한 것일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어떤 의미에서 보면, 이것은 앞으로 죽을때까지 지금 이 대로 살아야 한다는 암울한 결정론적 사실로 받아들일수도 있지만, 나에게는 그러한 사실을 안다는 것이 지금의 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 돌파구로 생각되었다. 나의 성격의 원인이 환경이 아니라 유전자에 있다면, 거기에 대한 책임은 내가 져야 하는 것이다. 환경은 나하고는 상관없이 존재하지만, 나 자신의 일부라고 할 수 있는 유전자는 그렇지 않다. 유전자가 나의 일부라면 그것을 바꾸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극적인 것의 원인이 세로토닌 수치에 달려 있다면 그것을 높이면 되는 것이다. 유전자는 한번 결정되면 죽을때까지 바뀌지 않는 고정된 사진이 아니라, 시간의 흐름에 따라 끊임없이 프레임별로 변하는 동영상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세상에서 변하지 않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니까.



P.S.  이 글은 2004년 6월 27일에 작성했다. 독서모임에서 내가 토론도서로 추천한 책인데, 회원들이 다들 어려워해서 참석율이 상당히 낮았다. 4명만 참석했는데 주로 내가 설명하고 다른 사람들은 질문하는 형식으로 진행했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유전자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된거 같다. 책 값이 상당히 비쌌는데 지금 찾아보니까 없다. 이사하면서 없어진 거 같다. DNA 이중나선 발견부터 게놈 프로젝트까지 유전자에 대한 지식을 잘 전달해주는 책이다. 자연과학 분야에서 내용이나 형식에서 상당히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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