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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닥터지바고

by leeyj. 2007. 3. 12.

닥터지바고 - 보리스 빠스페르나끄      

 

 

 닥터지바고 하면 우선 오마샤리프줄리크리스티 가 출연했던 영화가 생각난다. 예전에 봐서 자세한 기억은 안나지만 설원에서 안타깝게 헤어지던 두 남녀와 라라의 테마 가 주었던 애절함이 기억에 남는다. 그래서 단순한 애정 소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은 책을  읽고 10분만에 깨지고 말았다. 난 이 소설의 3가지 점에 놀랐다. 첫째, 혼을 빼 놓을 거 같은 등장인물들의 이름, 수시로 바뀌는 이름들 둘째, 인물들간의 대화에서의 그 폭포수같이 쏟아지는 말의 홍수와 거기에 수반되는 수식어들 셋째, 이야기의 전개방식에 있어서 캐릭터 중심이 아닌 단편적 애기들 또는 중요인물의 이름을 나중에 알려주는 전개방식은 소설을 읽어나가는데 상당히 어려운 장해요소로 작용했다. 적어도 2번 이상은 읽어야 무리없이 읽을수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런 점은 이 소설의 지향점이 일반 대중이 아닌 지식인 계층이라는 의구심이 들게했다.

 

 개인에게 있어 혁명은 어떤 의미일까? 국가적 상황에서 벌어지는 혁명에 대해 그저 아무 생각없이 받아들여야만 하는걸까, 그 점에 대해서 샴제뱌또프 의 의견을 빌리자면,“혁명은 필연적인 것이다. 기생충과 같은 부르주아가 다수의 농민들 프롤레타리아의 등에 올라타서 지배하고 압제하는 것을 언제까지 지켜보아야 하는가”혁명은 다수의 프롤레타리아의 해방을 위해서라는 점을 보자면 비록 개인이 원하지 않았다 해도 진행되는게 역사적 필연성 이라 볼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무분별한 살육, 자신의 견해를 따르지 않으면 적으로 간주하는 편파성, 개성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획일성은 그것이 지니는 정당성에도 불구하고 희생되는 개인의 입장에서는 반발할 수 있는 것이다.

 

 유리 는 진정한 혁명을 어떤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일까? 나는 그것을 2가지 측면으로 이해하고 있다. 첫째, 혁명의 시작은 소수의 지식층이 아닌 역사의 주인이라고 할 수 있는 개인들 각자가 자신들의 의지에 따른 다양성의 결과로 좀 더 나은 세계가 건설되어야 한다는 것. 둘째, 혁명의 방식은 무자비한 살육이나 폭력에 의한 것이 아닌 선한 방법으로 이루어 져야 하며, 이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인간은 자기만을 위해서 살아서는 안되며, 남을 위해서, 인류 전체의 행복을 생각하면서 살아야 한다고 것이다.

 

 나는 ‘유리’를 사회의 변혁을 이끌어가는 지식인 이라기 보다는 미() 를 사랑하는 예술가라고 생각한다. 너무나 예민하고 감성적인 그에게 살육이 행해지는 혁명을 받아들이는 건 힘들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현실에서 도피하고, 도망만 치는 나약한 모습을 보여주지만 그게 비겁하다고 느끼기 보다는 시대를 잘 못 타고난 예술가의 고난으로 비쳐줘서 너무나 안타까웠다. 특히 피할 수 없는 운명의 상대 ‘라라’에 대한 사랑의 감정은 애틋함을 자아냈는데, 사랑하는 가족 또냐, 샤샤 에 대한 죄책감으로 괴로워하는 그의 모습은 너무나 인간적으로 보였다.

 또 한사람의 주인공인 라라 에 대해서는 가난한 어린시절, 악마와 같은 한 남자 꼬마로프스키에 의해 그 나이에 꿈꾸어야 할 아름다움, 미래의 희망 대신 지옥과 같은 절망을 느끼게 되고, 한 순간의 판단착오로 인해 불행해져버린 그녀에게 한없는 연민을 느꼈다. 피할 수 없는 운명의 상대‘유리’와 만나는 장면들, 전쟁터에서 간호사와 부상병, 유라찐 ‘여인의 조상(彫像)이 있는 집’에서의 만남, 빨치산에서 도망친 후 티푸스에 걸려서 죽음의 순간에 나타난 ‘라라’의 모습은 마치 천사처럼 느껴졌다. ‘라라’는 너무나 똑똑한 여성이었다. 혁명이나 그 밖의 애기들에 있어서 ‘유리’와는 완전히 다른 현실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었다. 특히 나에게 감동을 가져다 준 건  마지막 도피처인 ‘바리끼노’에서의 그녀의 헌신적인 행동, 힘들어하는 ‘유리’에게 힘을 주는 말을 해주는 따뜻한 마음씨였다.

 

“유로치카!, 유로치카! 당신은 정말로 현명하신 분이에요! 당신은 무엇이나 알고 있고, 무엇이건 꿰뚫어 보고 말아요. 유로치카, 당신은 내 성채예요, 피난처예요, 내 존재의 확인이에요”

 

”당신 손아귀에 언제나 꽉 쥐고 당신이 시키는 대로 하도록 해주세요. 난 당신 사랑의 노예이고, 생각하거나 따지는 일은 내 일이 아니라는 걸 자꾸만 상기시켜 주세요.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고뇌속에 써내려간 유리 지바고의 시 25편이 의미하는 건, 러시아 혁명이라는 획일적이고 야만적인 시대에서 희생된 한 사람을 기억할 수 있게 한 예술의 위대함을 나타낸 것이다..


P.S.  이 글은 2004년 2월 20일에 작성했다. 처음에는 그렇게 어렵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러시아의 정치적 상황에 대해서 상세히 기술되어 있어 내용이 난해했다. 나오는 사람과 지명이 많아서 정신을 집중하지 않으면 무슨 소리인지 전혀 알 수 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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