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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사마리아 - 소녀들의 자기기만과 위선

by leeyj. 2007. 5. 1.
사마리아 - 소녀들의 자기기만과 위선


베를린 영화제 감독상 수상작, 사마리아를 본 첫 느낌은 낯설고 이질적이라는것이다. 김기덕 영화를 한번도 보지 않는 나로써는 관객에게 상황을 설명하지않고 진행되는 스토리 전개, 이해가 되지 않는 등장인물들의 대사들에서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다른 세상의 이야기를 접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영화 초반에 몰입하기가 힘들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난 사마리아 라는 영화를 이해할 수 없다. 그러니까 당연히 지지하지도 않는다.

 

 재영과 여진, 둘은 고등학생이고, 친한 친구사이이고, 유럽여행을 위해 원조교제를 한다. 재영은 항상 웃고 있고, 아무런 죄의식도 없으며 오히려 바수밀다 와 같이 남자들에게 쾌락을 주고 그들을 구원하려고 한다. 이걸 바라보는 여진은 그저 방관자로써 지켜볼 뿐이다. 그러다 재영은 경찰에 걸리게 되고, 창문에서 뛰어내려서 죽는다. 이건 정말 이상하다. 자신을 바수밀다 와 같은 존재로 인식하고 있는 재영이 왜 경찰이 들이 닥칠 때 창문에서 뛰어내릴까, 재영은 아무런 죄를 지은게 없다. 그저 남자들에게 쾌락을 준 것 뿐이다. 재영 입장에서는 이건 원조교제가 아니라 너무나 힘들게 살고 있는 남자들을 구원하는 행위이다. 이것보다 더한 자기기만과 위선이 또 있을까?

 

 이제 여진은 재영을 죽음으로 몰고 간 남자들에게 구원을 주는 바수밀다의 역할을 수행한다. 언제나 웃는 얼굴로 아무런 죄의식도 없이, 그래서 재영은 다시 여진의 몸속으로 환생한 것이다. 행복하라는 여진의 말에 남자들은 거짓말처럼 회개한다. 불과 1시간 전만 해도 자신의 딸 같은 여자아이의 육체를 탐하는 더럽고 추한 인간에서 바수밀다 인 여진의 따뜻한 한마디에 개과천선하는 기적이 일어난 것이다. 난 이 장면을 보면서 실소했다. 만일 김기덕이 이걸 진심으로 믿었다면 그는 너무 순진한 것이다. 도대체 이 장면을 통해서 뭘 전달하려고 한 것일까? 여진의 행동은 바수밀다 재영과 마찬가지로 자기기만과 위선에 차있다. 난 재영과 여진의 행동이 순수하게 보이지 않는다. 그들은 뭔가에 억압되어 있다. 김기덕은 그러한 배경설명을 전혀 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행위에 대한 원인이 없고 오직 결과만 있다, 그리고 그걸 받아들이기를 관객에게 강요한다.

 

 김기덕은 이런 혼란에 차 있는 나에게 또다른 해결책을 제시한다. 우연히 원조교제를 하고 있는 여진의 모습을 발견한 아버지는 충격에 휩싸인다. 고뇌에 찬 그가 선택한 건, 딸에게 원조교제를 하고 있는 남자들에게 경고를 주는 것이다. 하지만 그치지 않는 딸의 원조교제, 그에 비례해서 더 심해지는 아버지의 행동. 결국 살인까지 저지른 아버지 어머니가 없는 가정에서 딸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가진 아버지, 순수하다고 믿고 있는 딸의 또다른 모습을 본 아버지가 느꼈을 고뇌의 깊이에 진정으로 이해했다. 아버지는 결코 딸을 단죄할 수 없다. 그렇다

면 이 모든 죄의 근원은 딸의 몸을 탐하는 남자들인 것이다. 그들에게 바수밀다 와 같은 형이상학적 헛소리는 결코 통하지 않는다. 자신의 딸을 탐하고, 세상을 악으로 물들이는 그들에게는 오직 죽음만이 정당한 것이다. 여기에는 어떤 타협도 있을수 없다.

 

 딸과 여행을 떠나는 아버지, 난 이장면을 보면서 죽음이 떠올랐다. 너무나 깊은 상처를 받은 두사람, 어머니의 무덤가에서 오열하는 아버지, 새벽에 집 앞에서 오열하는 딸그들은 왜 솔직하지 못할까? 난 이 영화의 결말은 2가지의 버전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믿는다. 하나는 여진의 꿈으로 보여지는 여진의 죽음, 난 이걸 아버지의 딸에 대한 용서의 표현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경찰에 끌려가는 아버지와 안타까운 마음으로 쫒아가는 딸의 모습 그래서 사마리아 는 나에게 어떤 영화였을까? 바수밀다 라는 천사의 모습으로 악에 빠진 세상을 구원하는 것, 여진의 아버지의 행동으로 보여지는 타협하지 않는 단호한 처단 2가지 중 어떤게 김기덕의 진심일까? 


희야시스

리뷰 잘 읽었어요. 김기덕 작품 중 그래도 가장 무난했었는데 많이 충격 받으신것 같네요. ^^ 전 나름대로 많이 공감되었답니다. ^^ 04.03.08 19:42 

행행
흠..과거와 다르게 다양한 정체성에 대한 우리나라가 가지고 있는 패러다임으로 평가하는 것은 어긋나게 보일 수도 있지요..지금은 새로운 틀을 다시 만들고 이해와타협 그리고 자기반성을 통한 사춘기적 열병과도 같은 시기라 봅니다..위기라면 위기적 현실에 과감히 잘못에대한 진실한 인식이 필요 할 때라 생각합니다.. 04.03.11 06:55


P.S.  2004.3.8 게시판에 올린 글이다. 김기덕 영화는 이게 처음이라서 놀라움으로 감상했다. 중간까지는 도저히 이해하지 못했는데, 후반부로 가면서 가공하지 않는 신선함을 느꼈으며, 마지막 장면은 지금 생각하면 굉장한 명장면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시 보고 싶은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