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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바람의 전설 - 넋을 잃고 바라본 왈츠의 향연

by leeyj. 2007. 5. 1.

바람의 전설 - 넋을 잃고 바라본 왈츠의 향연


솔직히 그리 기대하고 본 영화는 아니다. 음 뭐랄까, 그냥 시간 때우기 로 생각하고 본게 사실이다. 그리고 이성재 에 대해서 말하자면 그리 연기를 잘하는 배우는 아니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연화(박솔미)는 제비라고 알려진 풍식(이성재)에게 접근한다. 그리고 그에게서 춤에 얽힌 애기를 듣는다. 그에게는 춤이 운명이었고, 전국을 돌아다니며 춤을 배운다. 가족을 내팽개치고 춤에 매달린 그를 일반적인 상식으로 보자면 미친게 틀림없다. 5년만에 돌아온 그가 사회에서 할 수 있는건 아무것도 없다. 그의 말대로 어쩔수 없이 무도회장으로 가게 되고, 거기서 럭셔리 왈츠사모님을 만나게 되면서 새로운 인생이 시작된다. 풍식에게 춤을 배우게 되는 연화 역시 우울함에서 벗어나 즐거움을 느끼게 되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다.

 

 인생의 대부분은 지루하고 똑 같은 권태로 이루어진다. 자신의 진정한 가치를 깨닫지 못하고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이다. 그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주위를 보면 다들 그렇게 살지 않는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말이다. 그런데 뜻하지 않았던 우연을 통해 운명을 직감하는 순간이 있다. 하지만 그 운명이란게 반드시 행운을 뜻하진 않는다. 편하게 살수 있는 길을 버리고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형벌과도 같은 노력을 해야만 하는 것이다. 풍식이 자신의 운명을 깨닫고 춤을 배우기 위한 과정은 눈물겹다. 이 과정에서 그를 가르치는 스승들은 한결같이 사회와 담을 쌓고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있다. 이들은 사회로부터 냉대를 받고 소외를 받는다. 시대를 앞서간 천재들이 겪어야 하는 고난처럼 느껴진다. 이들은 새로운 시대를 열어줄 진정한 천재인 풍식에게 자신의 기술을 모두 넘겨주어야 한다는 사명으로 혼신의 힘을 다해 가르쳐주고 자신의 생을 끝마친다.

 

 풍식을 연기한 이성재는 영화전체를 이끌어나갈 만한 카리스마를 보여줬다. 때로는 느끼한 제비의 모습으로 때로는 진정한 춤의 전설의 모습을 상황에 따라 훌룡하게 연기했다. 아무런 의욕도 없이 살아가는 소시민에서 춤의 전설이 되기까지의 여정까지 단 한순간의 흔들림도 없이 몰입할 수 있었던 건 순전히 그의 노력 덕분이다. 연화를 연기한 박솔미는 데뷔작 치고는 안정되게 극을 이끌어 나간다. 세심한 감정표현은 서툴다는 느낌은 들지만, 그녀의 매력적인 춤동작은 넋을 잃고 보기에 충분할 정도로 멋있다. 특히 럭셔리 왈츠사모님 이칸희는 말할 필요없이 최고다. 그 특유의 끝이 올라가는 발음과 마치 70년대 한국영화를 보는것 같은 대사는 그 누구도 따라하지 못할것이다.

 

 춤이란 정말 멋진 것이다.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진정성, 그것은 파트너와 나만이 느낄 수 있는 친밀감인 것이다. 그래서 풍식의 파트너가 된 여자들은 그 순간만은 모든 가식을 버리고 진정한 행복감을 느꼈으리라. 럭셔리 왈츠사모님과의 춤은 너무 멋졌다. 난 그 장면을 보고 왈츠의 매력에 빠졌다. 음악과 어울려서 몇 개의 간단한 동작만으로 그토록 우아한 장면을 연출할 수 있다니… 아무 대가도 바라지 않는 순수함만이 만들어낼수 있는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그 순간만은 세상에서의 모든 고민과 번민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세상은 그러한 순수함으로 살기에는 너무나 악한 곳이다. 사교계의 여왕은 바로 그런 악한 세상을 대표하는 존재이다. 풍식이 그녀에게 조롱당하는 장면에서 너무나 화가 났다. 그런 풍식을 구원해준건 그를 통해 춤의 세계에 빠져든 연화였다. 영화를 볼 분들을 위해 엔딩 장면을 자세히 언급하지는 않겠다. 이토록 감동적이고 멋진 엔딩이 또 있을까, 그 장면을 위해 홍콩의 야경에서 촬영 했다고 하는데, 이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환상 그 자체였다. 지금도 그 장면이 잊혀지지 않는다.

 

 올해 본 영화 중 단연 최고라고 말하고 싶다. 하지만 내가 이 영화에서 가장 큰 불만이라면 너무 코믹하게 만들었다는 거다. 내 생각에는 결코 코믹하게 만들 영화는 아닌데, 너무 흥행에 신경쓴 것 같다. 좀 더 진지하게 만들었다면, 그리고 주변에서의 춤에 대한 냉소적 시각이 포함되었다면 난 아마 엔딩장면을 보고 눈물을 흘렸을지도 모르겠다. 인생의 즐거움과 새로운 세상을 표현하는 멋진 왈츠를 보고 싶은 분들에게 이 영화를 추천한다.


  요술지팡이

아... 이영화.. 역시 논란의 대상이네요... 악평이 한동안 마구 쏟아져나오더니.. 요즘은 또.. 호평이 종종보이기 시작하는... 제눈으로 확인해야할 듯 싶네욤. ^^ 04.04.08 05:33

요술지팡이
바람의전설의 가장큰문제점! 제비를 정당화 시킨다는 점이야! 그건 범죄거덩!~ 이영화 시간까지 계산하면서 봤지.. 초반 한시간 이십분정도까지.. 화면구성이나 진행이 너무 유려한거야... 우아.. 걸작나오겠다. 이런생각을 했었는데 ㅠ0ㅠ;; 후반 반역이었어.. 바람피는 제비를 정말 전설화 시키더군... ㅡㅡ;; 난 별세개 04.04.18 16:04


P.S. 2004.4.8 게시판에 올린글.. 지금 생각하면 스토리는 엉망, 주연배우 연기는 중간정도, 비주얼은 상당히 좋은 영화. 제비를 정당화 시키는 건 별 문제 아님, 왜냐하면 어차피 영화니까.. 내가 생각하기에 마지막 장면은 제비에서 한 여자를 사랑하는 새로운 사람으로 재탄생하는 걸로 보였고, 음악과 어울어린 이성재와 박솔미의 춤 장면은 역대 춤에 관련한 영화 중 최고라고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