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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칠리리딩) 무의미의 축제

by leeyj. 2014. 12. 20.

 

 

 

짧은 두께의 책이지만 그 안에 담겨 있는 내용을 파악하기가 어렵다. 등장인물 간들의 대화가 명확하지 않고, 현실과 환상이 뒤섞인다. 전체적인 느낌은 4명의 주인공들과 그 주변인의 이야기로 마치 연극을 보는 듯 하다. 이야기의 시작은 알랭의 배꼽이 갖는 성적 성향의 특징이 무엇인지에 대한 생각으로 출발한다.

 

그리고 라몽이 샤갈전을 포기한 이유와 다르델로가 병원에 가서 진찰 결과를 듣는 내용들이 이어진다. 그리고 라몽은 스탈린과 24마리의 자고새 이야기를 꺼낸다. 스탈린이 협력자들에게 한 이야기는 농담이었으나 아무도 그걸 알아차리지 못한다. 그리고 그들은 화장실에서 스탈린이 거짓말을 한 거라고 욕을 했다고 한다.

 

스탈린의 평가는 시대가 변하면서 바뀐다. 할아버지 세대는 영웅이라고 추앙했고, 아버지 세대는 회의적이었고, 지금은 그에 대해 비판적이다. 당시 시대를 살았다고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내가 아는 스탈린은 무자비한 공포정치에 수많은 사람을 죽인 독재자로 알고 있는데, 이 책에서는 24마리의 자고새 이야기로 스탈린의 다정함을 볼 수 있다고 쓰고 있다.

 

알랭은 배꼽 이야기를 통해 어머니를 상상한다. 원치 않은 아이라는 생각에 힘든 시절을 보냈고, 그럼에도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잘 나타난다. 상상속 어머니는 죽기 위해 차에서 내려 물속에 뛰어든다. 그러다 자신을 구하러 오는 청년을 오히려 죽이고 살아서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간다. 알랭은 자신이 세상에 태어난 것에 대한 의미를 찾기 위해 이러한 이야기를 상상한 것은 아닐까. 

 

다들델로는 진찰 결과 아무 문제가 없음에도 라몽에게 암에 걸렸다고 거짓말한다. 그 자신도 왜 그런 거짓말을 했는지 이유를 알지 못한다. 아마 친구가 자신을 대단한 사람으로 생각하고 싶게 하려고 한 건 아니었을까.

 

어머니가 알랭에게 한 말 "모두가 인간의 권리에 대해 떠들어 대지. 얼마나 우습니! 너는 무슨 권리에 근거해서 존재하는 게 아니야. 자기 의지로 삶을 끝내는 일까지도 그 인간의 권리를 수호하는 기사들은 허락해 주지 않아."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과연 자신의 의지대로 살고 있는가 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됐다.